코스닥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발행한 국내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주식으로 속속 전환되면서 가뜩이나 물량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코스닥 기업의 주가를 압박하고 있는 것.

게다가 상당수 기업은 주가하락시 전환가격을 낮춰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주식전환 물량은 당초 예상을 훨씬 능가,향후 발행기업의 주가에 딴지를 걸 수 있는 최대 ''복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코스닥기업들은 올들어 총 50여건의 BW CB 등 해외증권을 발행했거나 발행을 결의,7천억여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1998년의 2천1백21억원과 99년의 2천9백54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국내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자 홍콩과 유럽 등 해외금융시장으로 달려간데 따른 것이다.

잘하면 외자유치라는 화려한 포장까지 곁들여진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발행조건이 나빠 향후 발행기업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기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닥기업들의 CB BW 등 발행조건을 보면 대부분 행사가격이 턱없이 할인됐거나 전환가격조정 등 갖가지 조건이 붙어있다.

세원텔레콤의 경우 해외 CB와 BW발행을 통해 5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중 지금까지 주식으로 전환된 금액은 10억여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백90억원이 전환대기중이다.

전환가 2천8백24원으로 환산할 경우 추가 상장(등록)물량만 1천7백35만여주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회사의 현재 발행주식이 2천84만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물량이다.

코네스는 더하다.

이 회사의 해외 CB 및 BW의 미전환잔액이 3백35억원 규모다.

발행 당시의 전환가격 1만2천원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전환되더라도 8백40여만주만 새로 발행하면 된다.

그러나 코네스는 CB발행 당시 리픽싱(전환가조정)옵션을 붙였다.

CB청구시 전환가격이 주가보다 높을 경우 5거래일 종가의 가중평균값으로 조정하도록 한 것.

코네스의 현재 5일 이동평균주가는 3천4백원대에 머물러 있다.

전환가 조정으로 자칫하면 총발행주식수(1천9백2만주)를 훨씬 웃도는 3천여만주 이상을 추가발행해야 할 판이다.

자금이 넉넉해 CB 등을 현금상환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엔 엄청난 물량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원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코스닥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전환가 조정옵션을 붙여 CB 등 발행계약을 체결했다"며 "따라서 주가급락을 고려하면 발행물량은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많아 엄청난 물량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외 CB BW 등의 미전환액이 5백억원대를 넘는 기업들로는 스탠더드텔레콤 한글과컴퓨터 텔슨전자 등이 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해외 CB발행이 지난해말부터 이뤄진 데다 전환기간의 코스닥 침체로 아직 큰 물량부담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미전환 잔액은 향후 주가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주식으로 전환돼 해당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