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쇼크''로 국제유가가 다시 폭등했다.

화약고 중동에 또 다시 군사적 긴장이 팽배해지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36달러까지 치솟는 등 폭등세를 탔다.

재고부족이라는 내생변수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걸프만의 군사적 긴장고조라는 외생변수까지 발생,국제 원유시장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걸프만 긴장 재연의 발단은 이라크가 자신의 국경지역 유전에서 쿠웨이트가 도둑채굴을 했다고 시비를 걸면서 비롯됐다.

이라크의 아메르 라시드 석유장관은 14일 "쿠웨이트가 수년간 이라크 국경에 인접한 유전 몇곳에서 하루 30만~35만 배럴의 석유를 도둑질하고 있다"며 "석유주권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쿠웨이트는 문제의 유전은 자신의 영토에 위치해 있다며 이라크가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라크는 이날 이라크 전투기들을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영공 근처까지 접근시키는 등 전쟁도 불사할 태세를 보였다.

더욱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최근 군사훈련을 1년내내 실시토록 지시,긴장감을 드높였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라크가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전쟁에서 처절하게 패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이라크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전쟁을 일으킬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위협이 10년 전 걸프전 당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며 조짐이 심상찮다고 지적한다.

지난 90년 쿠웨이트가 먼저 국경을 침범해 자위차원에서 무력 대응했다는 당시의 이라크측 주장과 이번의 쿠웨이트 국경선유전도굴 주장은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

이라크가 실제로 쿠웨이트에 무력행사를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걸프지역의 긴장고조라는 상황만으로도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수급불안을 우려한 투기성 선취매가 국제 석유시장에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당장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하루 3백만배럴의 산유량 중 일부 감산''이라는 카드를 빼들기만 해도 국제 석유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라크는 미국 등 서방에 대한 반감으로 산유량을 축소,국제 석유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