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매각실패로 뒤숭숭 했던 일요일(17일).

이 문제에 대해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주관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자들은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18일 채권단회의를 앞두고 재입찰,신규자금 지원문제등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16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도 매각실패로 어려워진 경제사정에 대한 걱정만이 오고갔다고 한다.

금감위의 한 관료는 "장관들이 모인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나오겠느냐"고 한탄했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는 원매자의 사정으로 딜(거래)이 깨진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로선 스스로 발등을 찍은 뼈아픈 실수의 업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하나의 상대에만 매달려 대안을 없애 버렸고 둘째 포드가 제시한 가격(7조7천억원)을 공개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셋째 매각시한을 못박아 끌려가는 게임을 했고 넷째 협상파기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근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포드의 실사과정에서 추가부실이 확인됐다는 소문이 간간이 새어 나왔으나 정부와 채권단은 포드가 제시했던 높은 가격에 매료돼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도 쫓기면서 매각협상을 벌이다 헐값시비와 매각무산으로 비판을 받았던게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한보철강은 이것저것 재다가 제값을 못받고 넘겼다.

당초 포철이 2조원을 제시할 때 특혜시비로 무산됐는데 공장가동을 멈춘 뒤 최종 매각가격은 5천억원에 불과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어떡하든 대우차를 빨리 팔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포드의 인수포기 사실이 알려진 후 GM과 현대-다임러컨소시엄에 입찰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협상에 응해주거나 응하더라도 당초 제시했던 가격을 써낼지 의문이다.

포드의 대우차 실사과정에서 나타났을 법한 추가 부실,1차 응찰때 서둘러 공개해버린 응찰가.

우리로선 모든 패를 다 보여준채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