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워드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나 얼굴을 통해 컴퓨터에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체 측정을 통해 신분을 입증할 수 있게 하는 생물정보학(Biometrics) 덕분이다.

신체 정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위조가 매우 어려우며 잊거나 분실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훨씬 안전하고 정확한 신분증명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바이오메트릭스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바이오메트릭스는 하드웨어 장비가 비싸고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부족해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바이오메트릭스 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곧 자신들의 상품이 PC 모니터처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올해 바이오메트릭스 하드웨어 판매는 1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2003년이면 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채인식시스템은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하드웨어 가격이 비싸 모든 PC에 장착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음성, 안면, 서명인식 시스템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오메트릭스 업계에서는 올해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드웨어 가격이 떨어지는 한편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영국, 아일랜드에서는 디지털 서명을 손으로 쓴 서명과 똑같이 취급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전자 서명의 위조나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메트릭스형 전자서명이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바이오메트릭스 업계의 주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앞으로 윈도 OS를 개량하면서 바이오메트릭스 지원장치를 부착하겠다고 발표해 바이오메트릭스 업계에 힘을 실어주었다.

MS는 "앞으로 안전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바이오메트릭스 활용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바이오메트릭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성서에서 말한 "이마와 손의 표시 없이는 물건을 사거나 팔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언이 바로 바이오메트릭스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신체정보를 이용한다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라이버시문제 전문가들은 "정부나 보안전문기관에서 개인의 바이오메트릭스 정보를 빼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번 입력된 정보가 절대로 수정될 수 없다는 경직성의 문제도 있다.

누군가가 정보를 도용하면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바이오메트릭스 기술 수준으로는 얼마든지 악의적 정보 교란이 가능하며 손이나 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바이오메트릭스 업계 내부의 문제도 있다.

많은 디지털업계와 마찬가지로 통일된 표준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월 바이오메트릭스 업계에서는 바이오메트릭스 산업 표준을 제정하기로 합의했지만 MS는 자신들이 개발한 독자 표준을 사용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바이오메트릭스는 모든 컴퓨터를 장악하지 못한채 일부 기관과 장소의 기술로 남을 것이다.

현재의 네티즌들이 기존 패스워드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고 더 이상의 보안을 위해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메트릭스와 패스워드의 싸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누가 승리자로 남을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