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전사적 자원관리)는 그동안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경영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이지만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냈다.

투자비용이 만만찮아서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을 통해 ERP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업체(ASP)들이 등장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ERP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이같은 ERP ASP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업체가 트러스트(대표 현덕훈·41).

지난 96년 ERP구축 전문회사로 출발한 트러스트는 올들어 중소기업을 위한 ASP사업을 본격화했다.

"ERP를 도입한 대기업들이 목말라하는 게 하청업체들의 전산화다.
납품기간을 줄이려면 부품 구매기간부터 단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품 납품업체들도 ERP를 도입해야 한다.요즘엔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 ERP도입을 요구한다.기업간(B2B)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려면 ERP는 필수다"

중소기업에도 하루빨리 ERP가 도입돼야 한다는 현 사장의 주장이다.

트러스트가 중소기업을 위한 ERP ASP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ASP를 이용하면 기업 입장에선 ERP도입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인터넷으로 ERP프로그램을 단순히 빌려쓰면 되므로 별도의 전산실이나 전산인력을 갖출 필요도 없다.

트러스트는 세계적인 ERP솔루션인 SAP제품을 기반으로 ASP전용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이미 닷컴업체인 클럽MCI에 이 제품을 적용해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부엌가구업체인 에넥스에도 ERP ASP를 제공키로 했다.

특히 에넥스의 경우 국내 ERP ASP도입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트러스트는 내년 예상 매출 45억원 중 ASP부문에서 15억원 정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휴렛팩커드(HP)에서 10년간 공장관리시스템(MRP) 컨설팅업무를 해온 현 사장은 ERP ASP야말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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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