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 LG화학 상무 >

"신약개발은 출발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개발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경우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경제적 가치가 없습니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는 한국을 ''세계적인 신약개발 국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쾌거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쾌거는 개발초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정하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략을 세운 김인철 상무가 있어 가능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상무는 지난 93년 LG화학의 신약개발에 참여하면서부터 연구결과의 국제적인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였다.

신약개발 후보를 선택하고 개발 추진에 필요한 각종 평가 및 기능을 도입했고 이를 수행할 전문인력 육성에 힘썼다.

김 상무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실험기기 등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도입초기 이해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고 회고했다.

팩티브는 이 시스템을 통해 탄생했다.

항생제분야에서 성장성이 높은 퀴놀론계 항생제가 개발후보로 선정됐고 단계마다 다각적인 과학적 검토 및 시장성 분석 등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검증했다.

세계적인 신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불가피한 외국 선진 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이같은 절차를 통해 얻어진 공신력을 바탕으로 쉽게 성사됐다.

팩티브는 제휴사인 다국적 제약업체 스미스클라인비첨과 공동으로 자국민 대상 임상실험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 등에서 8천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신약승인이 신청된 상태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FDA에 승인신청된 것은 1백여년 한국 제약 역사상 처음이다.

김 상무는 임상실험을 통해 기존 퀴놀론계 항생제가 1일 2회 복용하는데 비해 팩티브는 1일 1회 복용으로 호흡기 감염에 월등한 약효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3임상의 성공으로 사실상 허가절차만 남겨 놓고 있으며 내년부터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판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서울대 약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약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듀크 메디컬 센터와 글락소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93년 당시 럭키 중앙연구소의 신약평가센터장을 맡으면서 LG화학의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김 상무의 가장 큰 꿈은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김 상무는 "암환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를 꼭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