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 파리 센강변의 프랑스 재경부 청사에선 성대한 무도회가 열렸다.

그러나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프랑스 상류사회 인사도,주불(駐佛) 외교사절단도 아니었다.

재경·통상·산업부의 하급직원 가족들과 청사주변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16일은 프랑스 문화유산의 날로 프랑스 전역에선 문화재급 건물이 모두 일반에 공개됐다.

대통령궁과 총리관저 각 부처 청사도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프랑스 재경부는 이날 단순한 청사개방에 그치지않고 누구라도 참석할수 있는 댄스파티를 준비했다.

평소 폐쇄적인 인상을 주던 부처라 처음엔 재경부의 시민무도회 개최발표를 믿지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도회에는 2천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저녁 9시 로랑 파비우스 재경부장관이 부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과 어울려 춤을 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은 빠른 디스코보다는 슬로댄스를 좋아한다"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곤 무도회 개막을 선언한후 곧장 자리를 떴다.

장관의 춤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도회장 여기저기에서 "정통 엘리트코스를 거친후 36세에 총리를 지낸 사람이어서 그런지 거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비난이 새나왔다.

시민 무도회가 최근 유가인상으로 떨어진 정부인기를 만회하려는 사회당정부의 깜짝쇼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가장 실망한 이들은 장관의 춤솜씨를 카메라에 담기위해 온 TV방송 기자들이었다.

그러나 카메라맨들이 투덜대며 무도회장을 떠나자 상황은 반전됐다.

파비우스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는 에디트 피아프의 흘러간 노래에 맞춰 부인과 멋지게 춤을 췄다.

장관의 춤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무도회개최 의도를 의심했던 자신들이 너무 성급했다고 말했다.

한 청년은 "평소 오만한 고급 관리들의 성채로 느꼈던 재경부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이 사라졌다"며 즐거워했다.

파티에 참석한 시민들은 더이상 재경부장관을 ''오만한 부르주아''로 보지 않았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