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는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발표는 우리 증시에 ''사오마이''태풍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와 정부와 채권단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제문제는 임기응변적인 대응책이나 협상전략과 관계없이 철저하게 그 내실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포드쇼크의 근본 원인은 실사결과 나타난 실망스러운 대우자동차의 기업가치이지,잘못된 매각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나 조건반사적인 대응책을 시도하기보다는 원칙을 세워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

대우자동차 처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외 신인도 제고다.

대우자동차문제로 종합주가지수가 8%이상 폭락하면서 23조원이라는 돈이 주가 하락으로 증발했다.

주가 폭락 원인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였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 증시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변수다.

오늘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역외펀드들은 비단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선진국 증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국제금융의 힘이 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되어 한 나라 경제의 주권을 그 나라 정부나 국민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들 역외펀드의 평가가 증시의 주가로 반영되는데 이는 경제학의 합리주의적 기대이론인 ''신념은 곧 현실화된다''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이들의 판단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우리가 작금에 보듯이 한국경제 전체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정부는 대우자동차 처리와 관련,외신과 외국인 투자자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했으면 한다.

우리 정부 관료들이 IMF관리체제 이전에 외국인투자자의 의견을 도외시, 국가신인도를 악화시켰던 교훈을 관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우자동차 처리의 중요한 원칙은 고용 유지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가장 큰 산업으로 종사자가 전 취업 인구의 7%에 달하며 그 수출기여도 또한 상당하다.

대우자동차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대량 실업사태를 맞게 될 것이며,무역 수지도 악화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업을 발전시킨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늙은산업'' 자동차를 고집하는 이유는,고용의 측면에서 자동차 산업을 대체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정부대출을 해 주거나,경영이 어려울 때 국유화로 돌리거나,수입규제를 하여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한 사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대우자동차 처리의 또 한가지 원칙은 독과점 방지다.

독점은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에 의하면 일본 제조사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자국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강한 기업 체질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도 스탠더드석유,AT&T,그리고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독점 회사들을 강제 분할시켰는데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기본원리가 ''경쟁''인 만큼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최소한 2사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대우자동차의 향방과 관련없이 최소한의 경쟁체제는 갖춰질 것으로 보이지만,될 수 있는 한 경쟁을 장려하는 구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GM과 현대·다임러의 컨소시엄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낼 수도 있으며 채권단에서 그들의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의 공기업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비책을 세워야만 제2,제3의 포드쇼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wchu@dandelion.snu.ac.kr

...............................................................

※이 글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