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가 필요하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제2의 위기 우려를 씻어내지 못한다"

경제불안에 대한 잇단 경고가 나오고 있음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불안을 조속히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내각에 지시했지만 경제팀이 이날 발표한 ''주요 경제현안 보고''는 별다른게 없다.

고유가에 대비, 비상경제 운영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추상적인 내용뿐이다.

의약분업, 한빛은행 대출사기사건 조사 등에 대한 실망감 속에 고유가, 반도체가격 폭락, 대우차 매각실패 등 악재가 겹쳐 우리경제가 또 다시 위기를 맞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위기를 덮는 미봉책을 남발해 화(禍)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대우사태 처리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 모든 손실을 금융기관들에 떠넘겼다.

부실을 떠안은 투신과 종금사로부터 뭉칫돈들이 빠져 나갔다.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채권시장이 마비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급해진 정부는 돈이 몰리는 은행들을 종용,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 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시장안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예금보호한도 조정 여부도 결론을 내지 못해 시장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눌려 공적자금 조성 및 투입시기를 놓쳤다.

그 대가로 금융 구조조정에 1백조원이 넘는 공공자금을 수혈하고도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공전을 거듭, 공적자금 마련이나 각종 구조조정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충분한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조성, 금융부실을 완전히 청소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경제운영 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실패 사례가 그렇다.

정부는 협상상대를 하나만 골라 스스로 대안을 없애 버렸다.

매각실패 여파가 18일 "블랙먼데이(월요일의 주가대폭락)"로 나타날 것으로 예견됐음에도 변변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기업 내재가치나 구조조정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는 낙관론만 되풀이 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문제를 직시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의선 복원이라는 역사적인 사업도 경제불안에 묻혀 버렸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경제현안보다 정치이슈, 특히 대북사업에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불안을 느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은 전날의 증시발 대혼란에서 벗어나는 듯한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단기동향이나 거시지표에 집착할 경우 본질처방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경제주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