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만이라도 굳건히 지켜야 합니다. 서버급 이상의 중대형 컴퓨터시장을 외국업체들한테 넘겨주고 겨우 단말기나 만들어서는 IT(정보기술)강국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버산업을 육성해야 소프트웨어 컴퓨터부품 등 관련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서버시장의 "파수꾼"이라고 자임하는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의 한병길 사장(44)은 서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 사장은 "서버시장까지 내주고 나면 한국은 선진국업체들의 꽁무니나 뒤쫓는 IT 2류국가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한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시스템공학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서 20년간 슈퍼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컴퓨터 전문가.

컴퓨터분야에서 더이상 선진국에 밀려서는 안된다고 판단,98년 연구소를 나와 이듬해 리눅스 기반의 서버 전문업체 자이온리눅스를 설립했다.

자이온이 출범할 무렵 국내에서는 서버를 개발해서 만드는 업체는 한두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윈도NT 기반의 서버를 만드는 업체일 뿐 리눅스 서버를 만드는 업체는 전혀 없었다.

한 사장이 서버 OS(운영체계)로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택한 것은 선진국업체들의 OS를 가져다 쓰는 입장에서는 이들을 능가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한 사장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축적해둔 기술을 토대로 클러스터링 서버를 내놓았다.

클러스터링은 서버를 병렬로 연결함으로써 처리용량을 임의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서버를 연결하면 슈퍼컴의 10%에 불과한 가격으로 슈퍼컴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

자이온은 이 서버를 삼성종합기술원에 납품함으로써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전략제품으로 "자이온 알파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는 자이온의 리눅스 기술과 삼성전자의 CPU(중앙처리장치) "알파칩"을 결합해서 개발한 서버로 외제 OS와 CPU를 장착하지 않는다는 한 사장이 특별히 중시하는 제품이다.

자이온의 매출은 요즘 수직으로 치솟고 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6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올해는 2백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학교 연구소 벤처기업 인터넷데이터센터 등을 적극 파고든 결과이다.

자이온은 내년도 매출 목표로는 4백60억원을 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한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자이온=리눅스서버"로 통할 만큼 "자이온"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놓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그는 "세계 어디든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이면 자이온 선전간판이 걸리게 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자이온은 금년 중반이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리눅스 박람회에 참여,제품을 선전했고 지금은 상하이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탑그룹을 통해 "자이온 알파 시리즈"의 서버를 중국시장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 사장은 한국리눅스사업자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리눅스는 대세"라고 단언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정점에 달한 만큼 리눅스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서버에서는 리눅스가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