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ohsehoon@lycos.co.kr >

정신대로 끌려갔던 여성 6명이 미 국회 의사당에서 ''존엄과 명예의 여성을 위한 2000년 인권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지난 50여년 동안 과거를 숨기며 살아왔던 할머니들이 온갖 수치심을 무릅쓰고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행위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동안 이들 할머니가 겪은 고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4백30여회에 이르고 있지만 일본의 자세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모와 협박만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다 경비원에게 전치 4주의 폭행을 당한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도쿄에서 열린 그림 전시회 때는 "전시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밤을 새우며 그림을 지키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파악되고 있는 정신대 할머니의 생존자는 현재 1백45명.남은 할머니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이들이 가슴을 도려내는 옛날 이야기를 얼마나 계속해야 사죄를 받아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여성이었다는 것은 지나온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만,그 고통을 초래한 지도층이 책임을 지는 것은 흔하지 않았던 것이 또한 인류의 역사다.

실제로 구한말 공직자 3천6백여명 가운데 일제하에서도 계속 관리 노릇을 했던 사람이 무려 2천4백명이나 된다는 사실은,나라를 지켜야 할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지 못했던 그들이 망국에 대한 자책은커녕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며,정신대 할머니와 같은 사람에게 한숨과 눈물을 뿌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는 이끌어 가는 사람과 이끌려 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과거사는 역사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본분을 다하지 못할 때,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비탄 속에 살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었다.

역사의 뒤편에 있었던 이들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그들의 한 맺힌 과거는 진정 무엇으로 보상될 수 있을까.

인권상 수상을 보면서 ''역사는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단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벌을 줄 뿐이다''는 격언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