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70) 제2부 : IMF시대 <3> 폭풍 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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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황무석은 최형식이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사실이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최형식의 반응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자신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자신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의 파멸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문득 당장 택시를 돌려 이정숙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산소호흡기를 이정숙의 코에서 떼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인 것 같았고,간호사가 없는 때를 택하면 발각될 위험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일단 최형식을 만나 그의 의향을 떠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택시는 서민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황무석은 엘리베이터도 없어 층계로 올라갔다.
아직도 남모르는 각고의 노력으로 싱글 핸디는 유지하고 있으나 나이는 못 속이는지 숨이 차고 심장에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까지 왔다.
최형식의 아파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금방 문이 열렸다.
최형식은 송구스러워하며 황무석을 아파트 안으로 안내했다.
황무석이 15평 정도 되는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았다.
"혼자 있기는 괜찮겠지만,너무 좁지 않아?"
"괜찮아요"
최형식이 소파 앞 의자에 앉았다.
"무슨 차 드시겠어요?
"필요없어.요새 하는 일은 어때? 백인홍 사장을 돕고 있다면서?"
황무석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권혁배 의원이 노사문제를 도와주라고 해서요.
별로 하는 일도 없어요.
명색은 노사관계 중역직책을 갖고 있지만요…"
"백인홍은 오래 같이 일할 사람은 못 돼.그 사람 과거가 어떤 줄 알아?"
"잘 몰라요"
"아버지가 만주에서 조선여자를 데리고 일본병사를 상대로 유곽을 운영한 사람이야.거기서 번 돈으로 백운직물을 세웠고 그자가 죽고 나서 백인홍이 맡았지.그리고 말이야.여자관계도 아주 지저분해.김명희라는 모델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그자의 내연의 여자였지.그 후에도 여러 여자가 있었어.백인홍은 워낙 적이 많아 제 명에 죽을 위인이 못 돼"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박수근이란 수사관은 백인홍에게 당해 손가락을 못쓰는 병신이 되었어.김명희의 남동생은 학생 운동권에서 활약하는 실력자인데,백인홍이 자기 누이를 타락시켰다고 벼르고 있지…"
"백 사장이 김명희를 타락시킨 게 아니라 출세시킨 거지요"
"순진한 이상주의자는 우리 생각과는 달라.일단 내연의 여자가 되었으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요?"
"좀더 두고보면 형식이도 알게 될 거야…그 말 하려고 온 게 아니야.중요한 일이 생겼어"
"무슨 일인데요?"
"이정숙이 부분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고 있대.진 회장한테 직접 들었어"
최형식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최형식이 생각에 잠긴 듯해 황무석이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무석은 최형식이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사실이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최형식의 반응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자신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자신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의 파멸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문득 당장 택시를 돌려 이정숙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산소호흡기를 이정숙의 코에서 떼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인 것 같았고,간호사가 없는 때를 택하면 발각될 위험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일단 최형식을 만나 그의 의향을 떠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택시는 서민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황무석은 엘리베이터도 없어 층계로 올라갔다.
아직도 남모르는 각고의 노력으로 싱글 핸디는 유지하고 있으나 나이는 못 속이는지 숨이 차고 심장에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까지 왔다.
최형식의 아파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금방 문이 열렸다.
최형식은 송구스러워하며 황무석을 아파트 안으로 안내했다.
황무석이 15평 정도 되는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았다.
"혼자 있기는 괜찮겠지만,너무 좁지 않아?"
"괜찮아요"
최형식이 소파 앞 의자에 앉았다.
"무슨 차 드시겠어요?
"필요없어.요새 하는 일은 어때? 백인홍 사장을 돕고 있다면서?"
황무석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권혁배 의원이 노사문제를 도와주라고 해서요.
별로 하는 일도 없어요.
명색은 노사관계 중역직책을 갖고 있지만요…"
"백인홍은 오래 같이 일할 사람은 못 돼.그 사람 과거가 어떤 줄 알아?"
"잘 몰라요"
"아버지가 만주에서 조선여자를 데리고 일본병사를 상대로 유곽을 운영한 사람이야.거기서 번 돈으로 백운직물을 세웠고 그자가 죽고 나서 백인홍이 맡았지.그리고 말이야.여자관계도 아주 지저분해.김명희라는 모델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그자의 내연의 여자였지.그 후에도 여러 여자가 있었어.백인홍은 워낙 적이 많아 제 명에 죽을 위인이 못 돼"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박수근이란 수사관은 백인홍에게 당해 손가락을 못쓰는 병신이 되었어.김명희의 남동생은 학생 운동권에서 활약하는 실력자인데,백인홍이 자기 누이를 타락시켰다고 벼르고 있지…"
"백 사장이 김명희를 타락시킨 게 아니라 출세시킨 거지요"
"순진한 이상주의자는 우리 생각과는 달라.일단 내연의 여자가 되었으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요?"
"좀더 두고보면 형식이도 알게 될 거야…그 말 하려고 온 게 아니야.중요한 일이 생겼어"
"무슨 일인데요?"
"이정숙이 부분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고 있대.진 회장한테 직접 들었어"
최형식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최형식이 생각에 잠긴 듯해 황무석이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