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국제 고유가사태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유가가 조금이라도 안정되는 듯 싶으면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과 행동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최근 쿠웨이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20일엔 미국의 공격에 대비,전군에 총비상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전운(戰雲)이 감돌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38달러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주변국가들을 위협하면서 중동지역에 긴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고유가에 편승,실리를 챙기고 유엔제재를 풀려는 이중포석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이라크의 하루 산유량은 3백만배럴에 조금 못 미친다.

자국소비량 50여만배럴을 감안하면 하루 2백40만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세계 하루소비량의 3% 정도를 차지하는 막대한 양이다.

따라서 중동지역 긴장으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이라크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 등 산유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 이라크가 ''원유수출 중단''이라는 비상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유가의 사상최고치(WTI 기준·90년 10월10일의 41.15달러) 경신은 시간문제다.

이라크의 하루 수출량은 2백만배럴 정도로 추정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추가증산여력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노르웨이 멕시코 등 OPEC의 비회원국들도 원유생산시설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라크가 ''수출중단''이란 비상처방을 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라크가 중동지역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유가급등과 걸프지역 긴장 등으로 위상이 높아진 점을 이용,1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유엔제재조치의 해제를 노린 전략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메르 라시드 이라크 석유장관이 하루 80만배럴 증산에 합의한 지난 10일의 OPEC 각료회의 직후 자국에 대한 유엔제재조치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총보다는 기름''을 협상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