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주 작은 것의 즐거움 .. 권택영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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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영 < 경희대 영문학부 교수 roockie@unitel.co.kr >
간혹 아파트의 틈새에 수줍은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앉은 옛집을 보면 반가워서 손이라도 불쑥 내밀고 싶어진다.
퇴색한 담을 타고 기어오르는 나팔꽃이라든지 호박 덩굴을 보면 젊은 시절의 엄마를 보는 것 같다.
참 작구나.
방도 작고 뜰도 작고 마루도 조그맣다.
스타킹 하나를 사러 백화점에 들러 몇 배의 세일 상품을 들고 오기에 백화점은 자꾸 커지고,아파트의 평수도 커야 더 잘 팔린다는데 옛것은 아주 작다.
돌아앉은 옛집만큼이나 수줍은 얼굴이 천원 짜리 지폐 위에서 엷은 미소를 보낸다.
벼슬을 마다하고 산과 물의 벗이 되어 후배를 가르치던 퇴계 선생은 사실 돈과 거리가 먼 분이었다.
그는 밥상 위에 세가지 이상 반찬을 놓지 않았고 몇 해 걸려서 아주 작은 집을 짓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시를 지었다.
그가 후배를 가르치려고 지은 도산서원은 방 한 칸에 마루와 부엌이 전부였는데 그 방이 너무 작아 나는 옛날 사람들은 키가 무척 작았나보다 생각했다.
그와 똑같은 경이로움을 미국 문화의 발상지라는 콩코드의 숲 속 오두막에서 느꼈었다.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도끼를 들고 산으로 들어간 헨리 D 소로는 작은 집을 짓고 살며 ''월든''이라는 유명한 고전을 남겼다.
그 통나무집은 너무 작았다.
바지 가랑이가 넓어졌다 좁아졌다하는 것에 온 정신을 쏟으면 네 다리는 무엇이냐고 물었던 그는 미국의 실용주의가 돈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못지 않게 정신의 가치도 함께 가르친다.
하찮게 내주는 불그레한 지폐 위에서 퇴계 선생이 우리를 바라본다.
지극히 검소하게 살았던 그의 얼굴이 돈 위에 그려진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믿는 우리들에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이 다른 데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호박 덩굴이 기어오르는 아주 작은 옛집을 보면 마음이 그리움으로 가득 차 오른다.
정말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간혹 아파트의 틈새에 수줍은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앉은 옛집을 보면 반가워서 손이라도 불쑥 내밀고 싶어진다.
퇴색한 담을 타고 기어오르는 나팔꽃이라든지 호박 덩굴을 보면 젊은 시절의 엄마를 보는 것 같다.
참 작구나.
방도 작고 뜰도 작고 마루도 조그맣다.
스타킹 하나를 사러 백화점에 들러 몇 배의 세일 상품을 들고 오기에 백화점은 자꾸 커지고,아파트의 평수도 커야 더 잘 팔린다는데 옛것은 아주 작다.
돌아앉은 옛집만큼이나 수줍은 얼굴이 천원 짜리 지폐 위에서 엷은 미소를 보낸다.
벼슬을 마다하고 산과 물의 벗이 되어 후배를 가르치던 퇴계 선생은 사실 돈과 거리가 먼 분이었다.
그는 밥상 위에 세가지 이상 반찬을 놓지 않았고 몇 해 걸려서 아주 작은 집을 짓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시를 지었다.
그가 후배를 가르치려고 지은 도산서원은 방 한 칸에 마루와 부엌이 전부였는데 그 방이 너무 작아 나는 옛날 사람들은 키가 무척 작았나보다 생각했다.
그와 똑같은 경이로움을 미국 문화의 발상지라는 콩코드의 숲 속 오두막에서 느꼈었다.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도끼를 들고 산으로 들어간 헨리 D 소로는 작은 집을 짓고 살며 ''월든''이라는 유명한 고전을 남겼다.
그 통나무집은 너무 작았다.
바지 가랑이가 넓어졌다 좁아졌다하는 것에 온 정신을 쏟으면 네 다리는 무엇이냐고 물었던 그는 미국의 실용주의가 돈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못지 않게 정신의 가치도 함께 가르친다.
하찮게 내주는 불그레한 지폐 위에서 퇴계 선생이 우리를 바라본다.
지극히 검소하게 살았던 그의 얼굴이 돈 위에 그려진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믿는 우리들에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이 다른 데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호박 덩굴이 기어오르는 아주 작은 옛집을 보면 마음이 그리움으로 가득 차 오른다.
정말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