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패션계의 최고 히트상품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단연 파시미나(pashimina)를 꼽고 있다.

파시미나는 직사각형 모양에 길이가 길고 큼직하면서 얄팍한 두께의 숄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히말라야 고지대에 사는 염소(카프라 히르쿠스)의 목과 배부분의 털,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숄''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재나 생산지와는 관계없이 비슷한 외관을 갖춘 숄 모두를 파시미나로 부른다.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2∼3년전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어온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봄 패션리더층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모은데 이어 이번 가을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브랜드마다 파시미나를 취급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백화점마다 전문코너를 마련해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물건이 많은 만큼 가게마다 디자인도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쇼핑할때는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파시미나의 유래

히말라야 고지대의 극심한 일교차와 혹독한 환경을 견디고 자라난 염소 털로 최상의 보온성과 통풍성,가벼움을 자랑한다.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75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1)인데 비해 파시미나는 12∼15미크론에 불과하다.

봄마다 카프라 히르쿠스라는 염소가 털갈이 할때 떨어지는 것을 줍거나 직접 브러싱해 채취하기 때문에 1년에 얻을 수 있는 양은 마리당 고작 90g정도.

이것도 다시 세척과 선별작업 과정에서 60%정도만 남게 된다.

또 조직이 너무 섬세해 모든 공정을 직접 손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생산량이 극히 제한돼 있다.

패션업체 헬레나 캐시미어의 헬레나황 사장은 파시미나가 처음 숄로 사용된 것은 11세기로 인도 캐시미르 지방의 귀족과 황족들에 의해서라고 설명했다.

1876년 인도 캐시미르 총독이 바그다드 상인에게 선물한 파시미나가 이집트 총독에게 건네지고 다시 나폴레옹의 조세핀 황후에게 전달되면서 유럽에 소개됐다고 한다.

<>파시미나 구입요령

파시미나의 가장 큰 매력은 한번 구입하면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간절기부터 겨울을 거쳐 다음해 봄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실용성에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파시미나를 사려면 20만원 이상의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파시미나를 사기전 먼저 섬유혼용률을 살펴봐야 한다.

1백% 제품도 있지만 보통 실크를 20∼40% 섞어 형태안정성을 높인 제품이 많다.

혼용률과 사이즈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데 실크를 40% 섞은 제품의 경우 머플러 크기(1백40,1백45㎝)가 20만원 안팎,숄사이즈(2백90㎝)가 35만∼4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백화점에서 3만∼5만원짜리 파시미나를 팔기도 하지만 원료가 파시미나와 실크가 아닌 아크릴같은 합성소재인 경우가 많다.

1백만원에 가까운 최고가 제품을 선보인 매장도 있다.

이 제품의 정확한 이름은 샤미나(shamina)로 파시미나와 소재는 같지만 맑은 날 건조한 산바람속에서만 실을 뽑는 등 훨씬 까다로운 제작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더욱더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을 자랑한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