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서비스 업체인 N사에서 서비스기획을 맡고 있는 C대리는 최근 사장으로부터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회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획기적인 콘텐츠라 생각하고 신규서비스 기획안을 올렸다가 "시대가 달라진 것도 모르느냐"는 질책만 받았다.

"비용만 들지 돈이 되겠느냐"는 한마디에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C대리는 "불과 몇달 전만 해도 페이지뷰를 높이고 회원들을 늘릴 수 있다면 무조건 환영받았으나 이젠 유료화할 수 있거나 다른 기업에 서비스 자체를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터넷폰 서비스업체인 K사에서 마케팅홍보를 담당하는 S사원은 이달들어 업무량이 2배 이상 많아졌다.

한달에 6백만원 정도 내야 하는 L사와의 홍보대행 계약을 경비 절감을 위해 지난달로 끝냈기 때문이다.

인력 보강을 요청하고 싶지만 엊그제 조회 때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던 사장의 독려를 생각하면 말 꺼내기도 쉽지 않다.

닷컴기업들의 경영패러다임이 ''양(量)에서 질(質)''로 바뀌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정립→투자유치→광고 이벤트 등 적극적인 마케팅→회원 및 페이지뷰 늘리기→광고 및 전자상거래로 수익 창출''이라는 닷컴기업의 일반 공식이 허물어지고 있다.

TV 광고는 더이상 ''성공한 기업의 상징''이 아니며 회원수는 더이상 ''닷컴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마케팅 비용을 유료서비스 및 기술 개발로 돌리고 서버 용량만 잡아먹는 불량 회원과 비실명 가입자를 털어내고 있다.

''외형키우기 경쟁''에서 ''내실 경영''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인터넷업계가 지난 2년여간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이자 극심한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닷컴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돈되는 콘텐츠·서비스를 찾아라=올초만 해도 ''콘텐츠·서비스 유료화''에 대해 코웃음 치는 닷컴 사장들이 많았다.

''공짜''가 기본인 인터넷 특성상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양질의 서비스를 통해 네티즌들을 모아 네트워크 가치를 높이고 이를 광고나 전자상거래 DB마케팅에 연계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인터넷 광고는 그 효과를 의심받고 있고 전자상거래는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이다.

DB마케팅은 ''업체간 회원정보 공유 금지'' 조항에 막혀 발전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황금시대''가 올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유료 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업체들의 유료화 성공과 PC통신 초고속서비스업체들의 유료 CP몰 구축으로 이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료화에 소극적이던 야후 다음 라이코스 네이버 등 대형 포털들도 게임 교육 등 유료콘텐츠 판매와 기존 서비스의 프리미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백수 벤처PR 사장은 "연 1만원을 내는 유료회원 1백만명을 확보하면 연 매출이 1백억원"이라며 "기존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유료서비스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라=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절반 이상 줄였다.

옥션은 44억원에서 16억원,와와도 30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였다.

한컴 한소프트넷 키텔 팜팜테크 등 많은 업체들이 월 6백만∼7백만원이 들어가는 홍보대행 계약을 해지했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지만 업체들이 TV광고 이벤트 등의 마케팅 효과에 회의적으로 돌아선 것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사장은 "''아이러브스쿨''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네티즌들의 ''구전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며 "업체들이 무리한 TV광고 이벤트보다는 온라인 마케팅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