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인 한국델파이가 대우의 일방적인 가격 인하에 맞서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부품업체의 ''저항''이 완성차 회사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 것은 당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도 대우 계열의 대우기전과 미국 델파이가 합작한 회사가 모회사에 반기를 들어 충격은 더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는 그동안 완성차 업계의 요구에 끌려다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많은 업체들이 외국사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관행이 깨지고 있다.
경영권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간 부품업체는 줄잡아 30여개 사에 달한다.
엔진 실린더 현가장치 밸브류 등 핵심 부품업체가 대부분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계열의 부품업체인 델파이는 대우기전과 한국델파이를 합작설립한 외에 대우정밀 현가장치 부문과 (주)성우,한국루카스 디젤 지분(70%)도 인수해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떠올랐다.
독일의 와브코,미국의 깁스,프랑스의 발레오,스위스의 UBS캐피털 등 4개사는 국내 최대였던 만도기계를 분할 매수했으며 포드 계열사인 비스티온은 한라공조와 덕양산업을 넘겨 받았다.
이들 외국계 부품회사의 공세는 국내 토종회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르노자동차의 삼성차 인수,대우차의 해외매각 가능성과 맞물려 납품처가 좁아질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소싱 체제를 갖춘 외국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살아남더라도 단순 임가공이나 하는 2·3차 협력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많다.
그렇지만 이들의 국내 진출이 부품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독일 보쉬의 한 관계자는 "외국 부품회사들이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계는 기술력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통해 정리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까다롭기로 유명한 해외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로부터 이미 기술력 검증을 끝낸 일부 업체들은 모기업의 후광을 배경삼아 수출시장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한라공조 덕양산업 등은 외국계 기업으로 변신하자마자 매출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