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수시장이 심상찮다.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불거진 고유가 파동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선 9월들어 국내 완성차 3사의 신규 계약실적은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추석연휴가 겹치긴 했지만 당초 기대치의 절반을 간신히 넘어섰다"며 "내수 확장세가 꺾인 것 같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여기에다 LPG가격 인상은 지난 2년동안 이어져온 RV판매 열풍을 잠재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부터 국내 자동차판매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8월중 내수판매는 97만9천여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가량 증가했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가상승의 영향=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될 때마다 유류가격은 리터당 15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유가상승과 자동파 판매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내년도 자동차 내수판매는 가솔린 가격이 1리터당 1천2백원인 상황에서 올해보다 6.2% 증가한 1백55만대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평균 도입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휘발유가격이 1리터당 1천4백원 이상으로 오르면 2001년 내수판매는 당초 기대보다 10만대 정도 감소,1백45만대로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차급별 수요행태의 변화도 예상된다.

가솔린 소모가 많은 대형승용차와 중형승용차의 수요가 감소하고 경차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올해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 차량의 판매호조로 재미를 보았으나 LPG 가격이 단계적으로 인상되면서 이 분야의 시설투자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2001년에는 내수판매의 정체와 저가 차량의 판매 증가로 자동차업체들의 내수매출액은 예상보다 5~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특히 중형승용차의 경우 대당 마진이 가장 큰 차급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 생산원가의 상승도 기업의 수익에 부정적 요인이다.

자동차산업은 총제조원가중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0.94%로 산업평균인 1.3%보다는 낮으나 원재료인 1차금속(에너지비용 비중 3.9%)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어서 원재료비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LG증권의 최대식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경우 내년도 매출액 증가율이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5.8%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대응=기존 자동차 마케팅전략의 변화외에 국내 업계는 제조원가 상승분을 경비절약운동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우선 현대.기아자동차는 에너지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생산현장별로 에너지 낭비요소들을 제거해나갈 계획이다.

현대는 특히 에너지 절약을 인사제도와 연계,부서장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부평 군산등 주요 공장과 정비사업의 에너지 비용을 원단위로 보고토록 하는 한편 각 사업장의 형광등을 절전형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야간에 심야전략을 이용해 물을 차갑게 냉동해두었다가 주간에 냉방기로 공급하는 "수축열 시스템"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보일러와 도장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재활용하는 설비도 준비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