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23일 대우차 채권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10월말까지는 대우차 매각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GM등이 배짱을 튕기는 상황에서 정부가 왜 자꾸 전략을 노출하는 발언을 경쟁적으로 해대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포드의 중도포기로 정부와 채권단은 카드게임으로 치면 들고있는 패를 대부분 까보인 것이나 다름없이 절대 불리한 상황에 놓였는데도 게임을 빨리 속개해서 결판을 내자고 상대방을 재촉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포드가 전격 철수한다고 발표한지 3일만인 지난 18일 정부는 "내달 20일까지 최종인수자를 결정짓겠다"는 스케줄을 서둘러 발표했다.

당시는 외신이나 국내전문가들이 "GM등이 포드의 예기치못한 철수에 놀라 재입찰에 신중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던 때였다.

이런 분위기에 자극을 받았던지 채권단은 대우차 인수회사를 먼저 정하고 부실문제를 비롯한 정산은 후에 처리하자는 이른바 ''선인도 후정산''방안을 내놨다.

재입찰 손님을 끄는 묘수랍시고 내놓은 이 방식에 대해 GM이나 현대 양쪽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GM의 부정적인 반응을 전하는 외신보도가 나오자 채권단은 22일 "대우와 현대차가 곧 입찰참여제안서를 보낼 것으로 알고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는 등 상대방이 미적거릴수록 더욱 서두르는 모습이다.

모 종합상사의 한 임원은 90년대초 동유럽의 부실공장 인수전 경험을 들어 "''조기처리''방침을 세웠다고 해서 ''언제까지 팔것''이라든가 ''모든 경우를 전부 열어놓고 협상한다''는 식으로 서둘면 상대방이 얕잡아 보게 마련이고 상대방의 페이스에 잘못 말려들면 일처리가 오히려 늦어진다"고 충고했다.

지난 6월29일 오호근 대우구조조정협의회 의장은 포드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향후 협상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9월말까지 매각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차처리는 앞으로 몇달이 더 걸릴지 모르는 혼미한 상황이다.

문희수 산업부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