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사확인 등을 위한 북측의 여건이 예상보다 훨씬 열악해 9만5천여명의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전원에 대한 확인은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주 금강산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적십자회담을 마치고 25일 서울에 돌아온 박기륜 남측 수석대표(한적 사무총장)는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이를 위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북측이 우선 1백명씩 생사확인을 하자고 한 것은 전술적 차원이라기보다 실제 능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북측 대표단이 여러차례에 걸쳐 어려운 형편을 털어 놓았다는 것.

"컴퓨터 1천대만 주면 좋겠다"는 북측 대표의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박 총장은 "북측은 처음부터 1백명 단위의 명단교환을 생각하고 나온 것 같았다"고 전했다.

1만명씩 단계적으로 통보하자는 남측의 수정제의에 대해서조차 북측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의 능력이 단기간에 대폭 향상되지 않는 한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확인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남측 이산가족들의 기대수위는 이산가족 문제가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처럼 높아져 있어 한적으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북측을 도와주기도 쉽지 않다.

컴퓨터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다 대북지원에 대한 비판여론도 부담스런 요소다.

장충식 한적 총재는 "남북간에 좀 더 신뢰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컴퓨터를 북측에 줄 수 없겠지만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촉진시키는데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북측의 얘기는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북측 이산가족 데이터베이스 구축, 행정전산망 구비 등 제반 여건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와 관련, 박 총장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입장을 공식 제기했다"며 "다른 채널로도 접촉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곧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모종의 성과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