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기업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첨단 벤처기업들에게 밀려 한동안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소외감에 자극되었을까.

최근 많은 굴뚝기업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파던 우직한 모습은 이제 공단에서 점차 사라져 간다.

벤처열풍에 휩쓸려 무작정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등 인터넷 사업에 어설프게 뛰어드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내세우며 경쟁력있는 품목을 골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공적인 탈바꿈을 통해 거액의 투자자금도 손쉽게 끌어들이며 벤처신화가 부럽지 않은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굴뚝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 굴뚝기업들 어떻게 변하나 =시화공단의 제스이켐(옛 제성화학.대표 전진현)은 10여년 동안 염료만을 생산해 오던 전형적인 중소기업.

하지만 서울대 응용화학부 오승모 교수팀과의 산학협동으로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을 최근 개발, 리튬이온전지 재료 생산을 주력으로 바꿨다.

재충전할 수 있는 2차전지의 한 종류인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크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

신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아 산자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 업체로 뽑힌 것은 물론 산은캐피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30억5천만원의 투자도 받았다.

경기도 화성군의 정밀 금형업체 삼진기연(대표 이경재)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용 백라이트 유닛(Back light unit)의 핵심 사출부품을 선보여 회사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

축적된 금형기술 노하우로 초정밀도가 필요한 유닛의 도광판 등을 국산화해 아리랑구조조정기금 등에서 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백5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진기연은 다음달 전용 생산 공장이 완성되면 연 4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플라스틱 전문업체 코마틱스(옛 삼성색소공업.대표 서창환)는 2~3년안에 썩어 저절로 없어지는 환경친화적인 플라스틱을 개발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경북대와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가격이 저렴해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한미창투로부터 5억원 가량의 자금을 받아 본격 양산에 나섰다.

<> 앞으로의 전망 =검증받은 생산설비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굴뚝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익기반이 의심스러운 닷컴기업들과는 달리 확실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투자가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고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지적했다.

따라서 굴뚝기업들의 새로운 변신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품 업체에 매여 수동적으로 부품을 납품해 오던 굴뚝기업들도 점차 독립적인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진출은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이 되는 동시에 치열해지는 국제화 경쟁속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