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요? 물론 시스코죠"

지난 6월 코스닥에 등록한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 다산인터네트(www.da-san.com) 남민우(39) 사장은 통신장비 업계의 최대 공룡인 미국 시스코사를 넘어서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시장의 90%를 시스코를 비롯한 외국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남 사장은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는데 다산인터네트가 발벗고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남 사장의 시스코에 대한 도전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대형 라우터를 만들어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체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연구개발 인력의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6월 45Mbps급 중대형 라우터 3가지 모델을 내놓은 것.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관련 기술이 부족해 소형 라우터만을 생산할 수 있었다.

결국 중대형 라우터 시장은 시스코 등 외국업체들만의 독무대였던 셈.하지만 다산인터네트가 고부가가치 중대형 라우터를 개발,양산체제를 갖추면서 외국업체들의 독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외국업체들은 이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다산인터네트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라우터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소형 라우터와 함께 선보인 이더넷 스위치,인터넷 서버 등을 비롯해 6월에 내놓은 리모트 억세스 시스템(RAS),SDSL 접속시스템 등은 모두 국내 인터넷 산업의 뿌리를 손쉽게 장악해온 외국업체들에게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또 다산인터네트는 연말까지 VoIP 라우터,ATM 라우터 등을 개발하고 내년엔 백본급 고속 라우터까지 만들어낸다는 제품 개발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통해 외국제품을 국내제품으로 대체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남 사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1년.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째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지금껏 단 한번도 함께 고생한 직원을 그만두게 하거나 적자를 낸 일이 없다.

심지어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98년에도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98년초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접 12명의 개발인력을 이끌고 당시 협력업체였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텍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1년 정도를 밤새워 일하면서 "기술용병" 노릇을 해 1백만달러를 벌어왔다.

미국에서 돌아온 남 사장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네트워크 장비 개발에 전념,올들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의 속도를 빛의 속도로까지 끌어올리는 디지털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남 사장은 "우수한 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무기로 인터넷 영토를 세계로 확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02)3484-6500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