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매각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보철강은 26일 대부분의 채권자들로부터 법정관리 정리계획안 변경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으나 조세채권자들이 계획안 변경을 거부하는데다 매수인측인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매입대금을 내지 않고 있다.

한보철강은 이날 서울지방법원에서 관계인 집회를 열고 한보철강을 20년간 회생시키면서 채권을 배분한다는 종전의 정리계획안을 매각즉시 청산하는 정리계획안으로 변경한다는 데 채권자 75%이상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오는 30일 다른 사정의 변경이 없는 한 채권자 동의를 토대로 한보철강 정리계획안을 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세채권자인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회수율 축소 등을 이유로 정리계획안 변경에 반대하고 있어 계획안 인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한보철강을 사기로 지난 3월8일 본계약을 체결한 미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계약 종결일인 9월30일이 다가왔는데도 매입대금을 납입하지 않은데다 납입여부에 대한 의사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계약당시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계약금을 한 푼도 걸지 않아 계약이 파기될 경우 한보철강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제2의 대우자동차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보인수기획단은 "실무자가 25일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미 네이버스측의 최종의사를 타진중"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1월 원래 주채권자였던 제일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돼 부채를 정부가 떠안게 되면서 주채권자로 나서게 됐다.

자산관리공사는 현재 네이버스 컨소시엄을 제외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한보철강 매각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한보철강 채권단간에 체결된 총 매매대금은 4억8천만달러이나 하자보증금과 종업원 퇴직금 등을 빼면 채권자에게 돌아갈 돈은 원화로 4천6백99억원에 불과하다.

한보철강의 총 변제대상액 6조1백42억원중 8%에 불과한 셈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