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는 안돼 (No to Euro!)"

''유로화 참여여부''를 놓고 28일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덴마크인들의 외침이다.

유로화에 대한 거부는 덴마크뿐 아니라 영국과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유로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여당에 대해 "영국을 포기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을 정도다.

99년1월 힘차게 출범한 유로화가 2년도 안돼 천덕꾸러기로 전락해가고 있는 한 단면이다.

유로의 끊임없는 추락은 고유가로 힘겨워하고 있는 세계경제에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얹어 놓은 형국이다.

일부 지구촌시민들이 추락하는 유로 덕분에 ''값싼(?) BMW''와 ''파리여행''을 즐기고 있는 뒤안에서 비(非)유럽기업들은 손실보전에 골몰하고 있다.

듀폰(화학업체), 맥도날드(햄버거), 콜게이트(치약), 질레트(면도기), 굿이어(타이어) 등 미국기업들은 최근 유로화로 받은 판매대금을 달러로 바꾸고 나면 별로 남는 돈이 없다는 ''고해성사''를 해야 했다.

미국월가가 이를 적극적으로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지난 주말 유럽에서의 반도체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발표를 한 인텔주가는 하루만에 23%나 폭락했다.

그 여파가 가뜩이나 어려운 서울증시까지 출렁이게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뿐이면 그래도 괜찮다.

다우존스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30개 종목중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30~40%의 영업을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유로와 다우지수는 서로 묶여 있고 동반추락할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

세계와 한국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세계금융시장의 돈줄 흐름도 바뀌고 있다.

유럽의 거부들이 유럽시장을 외면하고 미국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1·4분기중 유럽인들은 미국주식과 채권에 5백90억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미국투자자들이 유럽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기업인수시장은 이보다 더하다.

지난 3년간 유럽인들이 미국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무려 6천9백30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은 자체적으로 유로화를 지원할 마땅한 실탄이 없다.

유럽중앙은행이 올들어 물가안정과 유로화 지지를 위해 이미 5번이나 금리를 인상해버렸기 때문이다.

유럽 밖의 지원세력인 미국은 선거를 치르고 있을 뿐 아니라 유로화를 지원할 마음도 별로 없다.

이를 반영, 체이스 맨해튼은행은 초단기(1개월) 전망에서 유로화가 유로당 0.83~0.87달러사이를 횡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긴 3개월 전망에서는 0.8달러 정도의 약세로 다시 내려앉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로를 거부하면 유로는 더욱 큰 시련을 맞을 것이 뻔하다.

급기야 지난 22일 미연준리(FRB)와 일본 영국 등의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 추락하는 유로화 지원에 나선 데 이어 23일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 G7재무강관들은 필요할 경우 시장개입을 지속하겠다는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유로화가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경제의 성장률 3.5%는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연 5.2%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질주하는 미국경제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유로는 ''상대적 빈곤''의 피해자로 전락한 셈이다.

고유가가 유럽경제와 유로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추락의 근본적인 이유를 유럽제국이 안고있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찾는다.

유럽국가들이 조세인하, 재정긴축, 규제완화와 함께 채용과 해고가 동시에 자유로운 형태로 노동시장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기업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훈계야말로 한국이 잘 들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