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반대 물결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반(反)세계화 바람은 대규모 국제회의까지 조기 폐막시킬 정도로 강해졌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지난 26일 개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가 수천명의 세계화 반대 시위자들과 경찰간의 격렬한 충돌사태로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27일 폐막됐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폐막연설을 통해 "거리에서 일어난 문제로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파괴가 유일한 목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세계화''시위로 국제회의의 정상적인 운영조차 어렵게 되자 세계의 이목이 이들 다국적 시위대로 새삼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매우 다양하나 한 가지 공통점은 세계화,특히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화가 선진국과 다국적기업의 배만 부르게 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등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나 세계경제포럼(WEF) 유엔관련회의 IMF회의 등 세계화와 연관이 있는 행사에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맥도날드 스타벅스커피 나이키 등 다국적기업의 건물이나 매장을 공격하기도 한다.

시위대의 구성은 다양하다.

노동단체 인권단체 농민단체 환경단체 소비자단체 여성단체 등이 망라돼 있고 기독교도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 다양한 사상적·직업적 배경을 갖고 있다.

출신국과 직업도 다양해 한국의 목사,미국 학생,프랑스 노동자,인도 농부,아프리카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선·후진국을 두루 포함한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는 1년여 전부터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조직화·대규모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TO 총회때부터다.

이들은 특히 시위를 위해 조직적인 훈련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위가 점차 과격폭력 양상으로 번지자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또 시위대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시애틀 WTO 총회때 선진국 시위대와 개도국 출신 시위대가 교역과 관련,상반된 주장을 한 것이 대표적 예다.

미국 MIT의 폴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이들의 시위에 대해 "세계화가 중단되면 제3세계 노동자들은 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고용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이는 슬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반세계화 시위가 ''제3세계의 빈곤''에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긍정적이나 세계화가 중단된다고 휴머니즘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논평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반세계화 물결이 앞으로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