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동원증권에서 터진 사상 최악의 사고는 증권사 임직원들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전산시스템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우선 동원증권 임직원들이 시설물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지적이다.

또 전산 백업(Back up)시스템을 주 전산실에서 분리시켜 별도로 설치했다면 사고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

배수파이프 이음쇠 파손이란 경미한 사건이 동원증권 전체 업무 중단이란 최악의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동원증권은 잇딴 사이버 거래시스템 다운에 이어 업무 완전중단이란 초유의 사고로 신인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사건 개요=오전 11시20분께 본사 5층 천장에 설치된 배수파이프 이음쇠가 파괴됐다.

정기적으로 실시중인 수압테스트 과정에서 이음쇠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새어나온 물이 5층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 물은 4층 전산실로도 흘러들었다.

이 때문에 메인 컴퓨터와 백업시스템이 물에 젖어 회사측은 전산시스템 작동을 오전 11시40분께 완전 중단시켰다.

마감시간 전까지 전산시스템을 복구하려 했으나 물에 젖은 컴퓨터를 말리지 못해 실패했다.

◆투자자 피해=이 사고로 동원증권 이용고객들은 오전 11시40분 이후 모든 증권거래를 하지 못했다.

수기(手記) 방식의 처리도 이뤄지지 못했고 일부에선 전화마저 불통됐다.

동원증권은 하루 3천억원 정도의 매매를 체결시켜 주고 있으며 매매고객은 하루 평균 1만5천∼1만6천여 명이다.

계좌 수는 51만여 개다.

이용고객 중 미수나 신용을 이용해 매매한 투자자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또 전산이 28일 중 복구되지 않는다면 29일 진행될 한국중공업 환불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고 대응=김용규 동원증권 사장은 "28일 밤늦게 시스템 정상작동 여부를 테스트해봐야 29일 정상거래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업시스템이 2중 3중으로 돼 있어 데이터의 손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원증권은 29일 정상거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각 지점의 체크단말기 및 콜센터의 체크단말기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산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29일 입출금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돈이 급한 고객은 지점장 재량 하에 찾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피해보상 문제=고객들 사이에선 이미 손해배상 청구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이트에선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만약 소송이 불거진다면 투자자들의 잘못이 없는 만큼 동원증권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편 동원증권의 김 사장은 "보험적용 여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문의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보상에 대해선 "사안별 유형별로 나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