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문 옆에 서 있던 또다른 형사가 진성호의 상체를 껴안으며 만류했다.

"이 새끼,지금 누구한테 뭐라는 거야?"

진성호가 허공에 머물러 있는 오른손 주먹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진 회장님,진정하시지요"

진성호는 점잖게 얘기하는 천 형사에게 달려들듯 노려보았다.

"제 부하가 실언을 한 것을 진정으로 사과드립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천 형사가 여전히 점잖게 말했다.

진성호는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이해해주십시오.복잡한 수사업무를 맡은 사람의 고충도 생각해주십시오…저희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동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게 무슨 동기가 있단 말이오?"

진성호는 다시 천 형사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생각나시는 것이 있을 겁니다"

"민 박사님,이 사람들 도대체 미친 사람들 아니오? 어쩌자고 나를 의심한단 말이오"

진성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 박사를 향하여 소리쳤다.

민 박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소호흡기와 베개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을지도 몰라 보관중입니다. 곧 실험실로 보내져 결과가 나올 겁니다.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천 형사가 조용히 말했다.

"범인은 어디에다 두고 얼토당토 않게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요?"

진성호가 다시 소리쳤다.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여럿 있습니다"

"도대체 왜 내가 용의선상에 올라야 하죠?"

"진 회장님은 이정숙씨가 사고를 당하기 3개월 전부터 별거상태에 있었고 위자료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프라이버시 문제요.

여기서 공개할 수 없소"

"좋습니다. 그럼 진 회장님은 당분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정숙씨에게 원한을 품을 수 있는 자로서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천 형사의 질문에 진성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감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건 간단한 문제요. 애초에 자동차 사고를 내 아내를 가해한 자를 찾으면 되오"

"두 사건이 관계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천 형사가 물었다.

"물론이오.아내가 의식이 회복된다는 것을 안 후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까봐 아내를 죽인 거요" "…그래요? 일리가 있군요"

천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이정숙씨 사고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나는 우발적인 사고를 믿지 않는 사람이오.당신들은 편안하게 그리 믿는 모양이지만 나는 받아들일 수 없소"

"혹시 의심이 가는 자가 있습니까?" 천 형사가 진성호에게 다가서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