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의 대형 전산사고로 ''증권타운'' 여의도가 어수선하다.

고객들이 반나절 이상 거래를 전혀 못해 엄청난 손해를 본 데다 복구마저 더뎌 추가적인 손해도 적지 않다.

사건의 핵심에 있는 동원증권은 ''초상집'' 분위기다.

여의도 본점과 각 지점에는 하루종일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폭주했다.

동원측이 어떤 기준으로 피해보상에 나설지에 따라 또다른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에따라 다른 증권사들도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왜 일어나게 됐는가 하는 점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곳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걸 대체하기 위해 설치한 백업시스템을 주전산시스템과 같이 두었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증권사 가운데 백업시스템을 본시스템과 분리해 별도 장소에 설치한 곳은 신영·삼성증권 등 두곳뿐이라는 점이다.

전산센터를 따로 ''제3의 장소''에 설치한 증권사 역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증권사들은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성능''을 개선하는데는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때 일파만파의 파괴력을 보이는 ''안전''에는 팔장을 끼고 있었음이 이번 일로 입증됐다.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도 "백업센터의 관리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동원증권은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금감원의 전산점검을 받은 뒤 시설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모든 증권거래는 각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전산이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하면 증권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가지 않고 매매하는 사이버거래 비중이 63%에까지 달한 상황이다.

지난 회계연도(99년4월∼2000년3월)에 증권사들은 2조8천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면서도 전산강화에는 소홀했다.

전산사고는 일반 금융사고와 달리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만큼 지금이라도 철저한 보완을 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궁덕 증권1부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