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을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다만 상을 받아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노인들이 도움을 청할테니 그게 좋은 일이지요"

노인의 날인 2일 ''모범 노인''으로 선정돼 시상대에 오르는 김재언(74·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2가)할아버지의 소박한 수상 소감이다.

지난 20년간 노인과 불우이웃들에게 ''사랑과 봉사의 인술''을 펴온 김 할아버지는 주변의 천거로 이번에 국민포장을 받는다.

김 할아버지가 의료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

자신 스스로가 약골이어서 고려수지침 정경체요법 척추교정활법 지압 등 당시 유행하던 각종 민간요법을 접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자신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5년을 매달려 ''집기요법''이라는 독창적인 치료법을 찾아냈다.

자석을 은박지에 싸 몸의 필요한 곳에 붙이면 기가 모여 병세가 완화되거나 치료효과를 보는 전통의학이다.

그는 집기요법을 체계화하기 위해 고서적을 뒤졌다.

일본의 건강잡지도 10년이상 정기구독했다.

집기요법은 침술에 비해 체력소모가 적어 체력과 기가 약한 노약자에게는 적격이었다.

시술도 간단하고 치료 효과 또한 탁월했다.

치료효과를 확인한 김 할아버지는 95년부터 본격적으로 노인들을 찾아나섰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몸이 아프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직접 집으로 찾아가 무료로 치료해 줬다.

경로당과 복지회관은 단골코스가 돼버렸다.

3년전부터는 전주시 서신동 전북노인복지회관에서 매주 수요일 정기진료를 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전주 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노인과 가족들이 2백∼3백여명씩 몰려온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김 할아버지로부터 시술을 받은 사람은 4만여명을 헤아린다.

그동안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쓴 돈도 적지않지만 사재를 털고 자식들이 보태주는 용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의료봉사에 매달리면서 사업과 취미활동은 물론 친구들까지 포기했다.

전북 김제가 탯자리인 그는 김제와 전주에서는 한때 알아주는 상인이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소학교만 마쳤지만 장사에는 남다른 소질을 발휘했다.

주방생활용품 판매를 했던 그는 한번도 어음을 써본 일이 없다.

가게를 한번 찾은 사람은 반드시 단골로 확보하는 철저한 고객관리와 전주에서는 처음으로 정찰제를 도입하고 극장과 TV 라디오 등에 광고를 낸 것도 성공비결이었다.

20세에 김제에서 시작한 댓평 남짓의 가게는 20여년의 노력끝에 80평규모의 2층짜리 대형매장으로 커졌다.

그러나 의료봉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손을 털어버렸다.

아들에게 가게를 넘겨주고 자신은 불우노인 치료에 전념했다.

호남의 서예대가인 강암 송성용 선생에게 사사받아 서예대전 입상경력까지 있지만 노인들의 ''건강지킴이''를 자처한 이후 붓도 뒷전으로 밀어냈다.

친구들을 만나는 대신 자석에 은박지를 싸는 일과 집기요법을 책으로 펴는 데 골몰하고 있다.

"봉사활동이야말로 심신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게 소망"이라는 김 할아버지.

그는 물론 ''공인'' 의료인이 아니다.

그러나 인술을 향한 그의 자세는 요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공인'' 의료인들에게 교훈이 되고도 남는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