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4.4분기에 최악의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매출 감소까지 겹쳐 대거 도산위기로 내몰릴 것이라는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자금시장 안정책도 기업 자금난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만기 밀려드는 회사채 =올 4분기(10∼12월)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7조6천억원에 달한다.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만해도 8조6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12월에 10조6천억원이 한꺼번에 몰려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내년이 더 큰 걱정이다.

내년 상반기 21조8천억원과 하반기 38조4천억원 등 모두 60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2단계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회사채와 융자금 등의 만기가 돌아오면 일단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시중에 나도는 퇴출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대그룹 계열사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회사채 차환발행을 위해 은행을 찾아가면 담당자가 자리를 피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 고유가로 엎친데 덮친격 =회사채 만기도래에 초고유가 사태가 겹쳐 4분기 기업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유가로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자금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고유가가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업체중 68%가 유가의 고공비행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대답했다.

또 58%가 운전자금 선취수요로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에 따른 부담은 4대 계열사보다는 중견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우량기업들까지도 자금난을 우려해 미리 자금확보에 나서는 가수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부터 자금을 구하는 기업은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금조달 경로변화 =금융기관의 몸사리기로 기업자금 조달경로가 외부자금에서 내부자금 위주로 바뀌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차입하거나 채권을 발행하기 보다는 외상매출금 회수,자산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기업자금 조달경로 조사에 따르면 올 4분기 내부자금조달 BSI는 146으로 전분기에 비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전체 응답업체중 50%가 내부자금 조달비중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락할 것으로 보는 업체는 4%에 불과했다.

반면 은행차입과 CP(기업어음) 비중 BSI는 각각 89와 71로 급락했다.

증시 침체의 여파로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BSI도 85로 곤두박칠쳤다.

특히 중견 대기업의 경우 내부자금 조달비중 BSI가 153으로 치솟은 반면 제2금융권 차입(63)과 CP발행(62) 비중은 급락, 자금 조달상의 어려움을 반영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자금 조달비중이 급등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심각한 경색현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