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평화은행과 신용카드사를 공동 설립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 시장진출을 추진함에 따라 대기업의 카드시장 진출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 방침에 다시 한번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대와 롯데 등 지난 97년부터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대기업들의 몸이 바짝 달아올라 있기 때문이다.

기존 27개 카드업 전업 및 겸영사업자들도 SK의 신규진입을 걱정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 고민거리 떠안은 정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SK의 신용카드 자회사 설립이 ''경쟁 제한적인 사항''이 아니어서 제동을 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SK의 신용카드사업 진출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그리 간단한 입장이 아니다.

일단 다른 진출 희망 업체들과의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

금감위는 이번주 구성될 은행 경영평가위원회가 평화은행의 경영개선계획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경평위가 평화은행이 카드사업부문 처리만으로 정상화되기 힘들다고 평가하면 SK의 카드시장 진출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평화은행이 카드부문 처리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결론날 경우 SK 진출이 인가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평화은행이 정부와의 물밑접촉을 통해 SK와의 카드부문 공동설립을 결정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 긴장하는 카드업계 =SK그룹은 정보통신(SK텔레콤) 및 정유부문(SK주식회사)에서 총 1천만명의 자체 서비스 카드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무선통신이용자들을 위한 ''011리더스클럽''과 ''TTL클럽'' 부문에 4백만명, 엔크린카드 회원이 약 5백80만명이다.

이중 중복되는 회원들과 사실상 신용카드 회원유치가 어려운 TTL카드 회원(주로 학생 대상)을 빼더라도 유효회원수는 대략 6백50만~7백만명이 된다.

단번에 회원수 기준으로 국민과 삼성 외환카드 등 2위권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 LG 등 기존 대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SK가 신용카드회원을 기반으로 인터넷 및 무선통신 시장에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K는 신용카드를 유무선 인터넷과 연결시킴으로써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통한 기업의 확대 발전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재계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다른 카드업 진출 희망 업체는 =SK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다른 희망 업체들도 비슷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다이너스클럽코리아와 외환카드가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이너스는 아직 대우연계콜(5천7백90억원)이 해소되지 않아 희망 업체들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올 연말까지 대우 계열사문제도 모두 해결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현대 및 롯데 등의 입질이 시작될 수 있다.

외환은행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외환카드 지분(58%) 중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어서 역시 관심대상이다.

현재 신용카드 시장에는 3개 그룹사 외에 동부와 금호그룹,산은캐피탈과 새마을금고연합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상호신용금고연합회,홍콩상하이은행(HSBC), 도쿄미쓰비시은행 등 8개 금융유관사들이 진출을 준비중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