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한국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됨에 따라 세계 자본시장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자본조달의 지평을 한단계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또 한국의 금융기관도 미국의 까다로운 회계기준으로 평가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 어떻게 상장되나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은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 대신 지난 97년 발행해 현재 런던에서 거래되고 있는 해외주식예탁증서(GDR)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원주(보통주)를 미국예탁증서(ADR)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먼저 1천3백만주의 GDR는 주당 2ADR로 분할돼 모두 2천6백만주의 ADR로 전환된다.

여기다 한국에서 원주를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가 ADR 전환을 신청할 경우 주택은행은 원주 1주를 ADR 2주로 전환해 줄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주택은행은 현재 발행주식총수인 1억9백60만주 가운데 5천만주(1억 ADR) 정도를 ADR 형태로 유통시킬 방침이다.

전체 주식 물량의 45∼46% 정도가 ADR로 거래되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되는 시점은 GDR와 외국인 소유 원주가 ADR로 전환 완료되는 11월초다.

◆ 상장 의미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은 포항제철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에 이어 한국기업으로선 5번째, 금융기관으로선 처음이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연초 "한국금융기관이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평가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뉴욕증시에 상장해 보라"고 권유했고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주택은행은 지난 3월부터 과거 2년전의 재무제표를 미국기업회계기준에 맞도록 다시 작성하고 지난 8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SEC는 한달이 넘게 신청서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 답변케 하는 등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쳤다.

김 행장은 "주택은행의 상장은 주택은행의 투명성을 세계적인 수준에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주택은행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나머지 한국 우량은행들의 신인도도 함께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김상현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우량은행들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우리나라 은행 주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의 자본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주택은행이 자본확충 통로를 해외로 넓힌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주가와 합병에 대한 영향 =주택은행의 주가는 지난 2일 종가기준으로 2만6천2백50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이 이미 예고돼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며 "다만 투명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택은행은 SEC가 상장이 확정되기 전까지 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의사결정을 금지해 왔기 때문에 합병에 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못했다.

이런 족쇄는 풀렸지만 국내외 주주들의 눈초리가 더 예리해져 주가하락을 가져오는 합병은 어렵게 됐다.

그러나 주가에 도움이 되는 합병은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