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고수익펀드의 판매를 놓고 투신사와 증권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기존 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의 만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상품에 포함돼 있는 투기등급채권이나 후순위채권을 흡수할 수 있는 대체상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과세 고수익펀드에 투기등급채권이나 CBO의 후순위채권을 넘길 경우 상당한 손실이 예상돼 섣불리 대규모 자금을 끌어 들일수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CBO펀드에 편입돼 있는 후순위채권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후순위채권의 경우 현재 장부가로 평가되고 있어 비과세 고수익펀드의 편입을 위해 시가를 적용할 경우 투신사와 증권사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순위채권의 가격논란=지난 2일 저녁 투신협회에서는 채권평가기관과 투신사간의 의견조율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채권평가기관들은 이 자리에서 CBO펀드에 포함돼 있는 후순위채권에 대해 30%정도의 평균 손실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후순위채의 장부가와 시가차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많게는 50%까지 손실이 발생한 채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후순위채라고 해서 모두 마이너스가 난 것은 아니다"라며 "전체적으로는 볼때 손실률을 최대 5%정도로만 계산해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후순위채권의 가격에 대한 논란을 4일 매듭지을 방침이다.

◆운용·판매사의 손실=투신사는 CBO펀드의 만기가 돌아오면 편입된 채권을 장부가대로 평가해 환매해주고 이를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채시장 침체로 시장매각이 어려운 만큼 이를 신상품인 비과세고수익펀드에 편입해야 하는데 이때 장부가가 아닌 시가를 적용해야 한다.

채권평가기관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할 때 투신권의 손실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0일 현재 투신권의 CBO펀드 총 수탁고가 11조5천억원가량이고 이중 7조원이 후순위채로 채워져 있어 30% 손실률 적용시 2조원이상의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CBO펀드가 현재 올리고 있는 5%대의 수익률(6개월기준)은 비현실적인 수치가 되는 셈이다.

당장 비과세 고수익펀드로 후순위채를 이전시키지 않는다 해도 잠재부실은 여전히 투신·증권사에 남게 된다.

특히 CBO펀드 수탁고가 많은 대형 투신사는 손실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증권사의 반응=후순위채 문제등이 해결돼 비과세 고수익펀드가 발매되더라도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A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비과세 펀드의 경우 국공채를 집중편입하는 상품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투기등급채권이나 후순위채권이 편입된 펀드에 돈을 맡길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일 조흥 외환 세종 아이투신운용 등은 비과세 고수익상품의 약관조차 제출하지 않았으며 SK 태광 미래에셋투신운용 등은 후순위채에 투자하지 않는 상품만을 판매키로 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