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완결지으려던 2차 은행구조조정이 ''산 넘어 산''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청사진''에서 제시한 일정대로 추진하기에 걸림돌이 너무 많다.

우선 외국인 대주주들이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6개 부실은행의 처리방향을 결정하는데 필수조건인 금융지주회사법은 국회공전으로 마냥 늦어지고 있다.

생사가 갈리는 시점에서 각 은행 노조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부실기업 처리과정에서 은행의 부실이 더 늘어날 경우 합병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장관들만 장담하는 은행합병 =진념 재경부 장관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달부터 번갈아가며 10월 은행 합병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경제장관들 외에 은행합병이 곧 성사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행권에선 현재 하나-한미은행 외에는 성사 가능한 조합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합병의 걸림돌로 외국인 주주를 꼽을 수 있다.

주택 국민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 5개 우량은행이 모두 외국계자본이 대주주다.

주택+한미+하나의 합병 조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주택의 대주주인 ING와 하나의 대주주인 알리안츠는 국내외에서 경쟁관계여서 결혼얘기를 꺼낼 형편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대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전체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합병이 성사될 수 없다.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합병논의에는 물론 반대할게 뻔하다.

합병이 아닌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통합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벌써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안은 3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달 중순부턴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고 법제정에 한달 이상 걸려 금융지주회사의 연내 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 합병 대열이 무너졌다 =신한은행이 재일동포가 대주주인 점을 내세워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주택은행은 상장문제가 해결돼 그동안 금기시해 왔던 합병 작업을 시작할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시위반, 투자자 소송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대비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도 안게 됐다.

한미은행은 칼라일-JP모건의 출자(40.7%)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이뤄진 후 공식적인 합병논의를 해야할 형편이다.

국민은행이 비교적 합병에 적극적이었지만 짝이 되고 싶어하는 파트너 은행이 국민은행의 강한 조직문화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중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조흥.외환은행도 우량은행들과 합병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다음달 초 경영평가에서 합격판정이 나와야 움직일 수 있다.

더욱이 조흥은행은 다른 은행과의 합병보다는 2금융권과의 금융지주회사 통합을 모색중이다.

평화은행의 경우 카드부문을 떼어내 SK와 합작으로 자회사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정상화계획을 냈지만 카드사업 허가를 금지해온 금감위의 입장이 결정돼야만 움직일수 있다.

◆ 부실판정과 노조반발도 난관 =이달중 부실징후기업을 가려내 퇴출시키면서 은행권의 부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수요 50조원 가운데 기업부실 증대에 따른 예비비로 2조원을 책정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임금삭감이나 인원감축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합병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