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정당과 정치인들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곳인가,아니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인가.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내년도 나라살림을 심의해야 할 정기국회가 개회된지 한 달이 넘도록 공전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파행정국의 쟁점을 보자.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바꾼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를 비롯 여당의 선거비용실사 개입 및 한빛은행 대출압력 의혹 등 민생현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쟁점들이 그 핵심이다.

물론 이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문제이긴 하지만,그렇다고 고통받는 서민층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안의 심의 등 민생현안을 챙기는 일보다 우선할 성질의 것이 아님 또한 분명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갖가지 애로가 겹쳐 위기상황에 몰려 있고,의약분업 실시를 계기로 의료체계의 마비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민생현안해결은 외면한채 정국주도권 쟁취를 위한 기세싸움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정치의 중심이어야 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정치인들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여야는 금명간 영수회담을 열고 정국 정상화의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수회담이 국회정상화의 전제조건이거나 그 종속변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국회는 무조건,그리고 당장 정상화돼야 마땅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을 챙기면서 정치현안들을 따질 방법과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여야가 모든 정치현안들을 원내에서 제기하고 매듭짓는 것이다.

그동안의 정국파행으로 정기국회 회기 1백일의 3분의 1은 이미 허비해 버린 상태다.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킨다 하더라도 남은 기간에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산적한 각종 법안의 처리,그리고 1백1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도있게 심의처리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정이다.

여기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이뤄질 경우 국정심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정치인들이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