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온라인(AOL)은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디어업체인 타임워너와 합병함으로써 온라인 서비스를 넘어 상당량의 디지털 콘텐츠를 아우르는 기업이 됐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수와 합병,서비스 중단사태,심지어는 기업해체까지 한 기업이 당할 수 있는 모든 위기를 겪은 게 AOL이다.

최근에도 미 연방통신위원회와 유럽연합으로부터 타임워너와의 합병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위협을 받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하기야 AOL은 늘상 위기에 휩싸여 성장해왔다.

오히려 스스로 위기를 조장하면서 위기를 힘으로 전환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AOL.COM''(이상원 옮김,21세기북스,1만3천원)을 쓴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넷담당기자 카라 스위셔는 바로 이점이 AOL의 최대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AOL의 탄생에서 성장 위기 재도약의 과정을 직접 옆에서 지켜보고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멍가게 크기의 컴퓨터게임 서비스업체가 어떻게 정글의 법칙을 뚫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기업으로 발전했는지 생생하게 조명한다.

또 인터넷기업을 집어삼키려는 거대 기업들의 아귀다툼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면 저자는 AOL의 성장요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첫째 철저하게 가입자 중심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운용했다고 지적한다.

경쟁업체인 프로디지는 광고와 쇼핑에 초점을 두었던 반면 AOL은 대화방과 동호회 중심으로 운영했다.

둘째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와 인터페이스 개발을 들 수 있다.

윈도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사용자들이 더 쉽게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이 보편화됐을 때 AOL은 이미 PC통신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셋째 유연한 조직운영 능력이다.

AOL은 초기부터 느슨한 조직운영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기술 재무 영업 등 각 부서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줘 직원 스스로 AOL의 주인이란 의식을 심어줬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변신이 가능한 기업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AOL이 넷스케이프 인수를 두고 격렬한 전쟁을 벌일 때 넷스케이프가 AOL을 선택한 배경이 됐던 것이다.

이 책은 닷컴기업 위기론으로 한풀 꺾인,또는 사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면한 위기에서 어떤 태도와 전략을 취해야 할지 그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