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에 사는 김모(66)씨는 난데없이 온세통신에서 날아온 전화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내·시외전화를 모두 한국통신으로 쓰고 있던 김씨는 시외전화 서비스 회사를 변경한 적이 없는데 엉뚱한 회사에서 시외전화 요금을 내라는 청구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바로 소비자상담실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일이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상담실 관계자는 바로잡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온세통신의 전화요금이 싸니까 차제에 그냥 이용해 달라"며 김씨를 설득했다.

김씨가 끝까지 싫다고 버티자 "그러면 해지해도 좋다"며 "다만 해지하려면 직접 해당 지점에 찾아가 문서로 해지하라"고 말했다.

김씨는 짜증이 났지만 하는 수 없이 지점을 찾아가 해지신청을 냈다.

시외전화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한국통신과 데이콤 온세통신 등 3개 통신사업자간의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후발주자인 온세통신과 데이콤이 기존의 한국통신 고객을 허락도 받지 않고 끌어가는가 하면 한국통신은 빼앗긴 고객을 다시 끌어오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화가입자들만 애꿎게 골탕을 먹고 있다.

특히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요금할인 제도가 생겼다며 신상명세를 요구하고는 자기회사에 가입시켜버리는 일이 잦아 주의가 요망된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류모(49)씨는 "시외전화 요금을 싸게 해주겠다"는 ''전화국 직원''의 전화를 받고 주민등록번호와 자동납부용 통장계좌번호를 알려주었는데 가입회사가 바뀌었다며 항의했다.

시외전화 서비스사 변경은 가입자 본인이나 배우자만 할 수 있게 돼 있는 데도 일부 회사는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신청을 권유하는 불법모집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일단 가입자가 확보되면 다시 바꾸는 절차를 복잡하게 해 변경을 막기도 한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는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의 불법적인 전화서비스 변경에 항의하는 민원이 매달 50여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고객들이 해당회사에 항의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매달 수백건 이상의 유사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위원회는 이같이 통신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따른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달말 3개 통신사업자에게 5백만∼1천5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신문에 불법행위 사실을 공표토록 했다.

또 문제를 제기한 민원인에게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영업직원들이 수수료 수입 등을 노리고 무리한 유치활동을 계속해 통신위원회의 제재 이후에도 불법적인 유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시외전화 선택제를 홍보하거나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에는 가입대상 회사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하게 돼 있다"며 "전화요금 외에 여러가지 서비스가 연계돼 있는 만큼 요금할인 등을 내세우는 말에 신상명세를 내주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