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채권단은 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한보철강을 국내외 업체에 공개입찰 방식으로 재매각키로 확정,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또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재매각 잘 될까=채권단은 한보철강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한보철강은 법정관리 중이지만 월 20억원 가량 이익을 내고 있다"며 "매각 무산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채권단에 50억원을 갚을 정도로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이 이처럼 한보철강 매각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이번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협상과정에서 각종 걸림돌을 모두 해결했기 때문.

2천억원에 달하는 조세를 현가할인하는 방안에 관해 국세청으로부터 동의를 얻은 데다 당진부두 전용사용권도 획득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매각 가치가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네이버스와의 협상 때는 물건이 팔릴 수 있도록 포장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포장이 다 끝난 상품을 내놓는 격"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좋은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시일을 정해놓고 조급하게 매각을 서두를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충분한 절차를 밟아 신중하게 처리키로 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한번 매각이 무산된 만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며 "투자펀드보다는 한보철강을 인수해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업체를 우선적으로 물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손실은 없나=채권단은 네이버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법률 자문을 맡은 우방법무법인이 소송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당초 계약서 상에 ''손해배상청구 요건''을 명시하지 않아 승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한보철강 매각 무산으로 인한 추가 손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98년과 99년에 걸쳐 여신을 포함한 한보철강의 채권 4조원 가량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했다.

이때 매각손은 정부의 공적자금과 자체 충당금 설정으로 모두 쌓은 상태다.

한보철강이 매각될 경우 일부 채권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되사들여야 하지만 이 부분도 지난 6월말 은행권의 잠재손실을 반영할 때 대부분 손실처리했다.

신규자금 지원도 불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보철강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약 9백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한보철강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단계다.

채권단 관계자는 "빌려준 운영자금에 대해 이자를 다 받고 일부는 회수하고 있다"며 "제값을 받고 파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