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4일 ''4대 부문 합동보고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과제별 목표를 명확히 해 경제개혁을 기한내에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권출범 초기의 심정으로 돌아가 경제를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각료중 경제관련 부처의 장관만을 따로 불러 회의를 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대외관계에 치중하는 사이에 국내 현안, 특히 경제문제가 크게 헝클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너무 위기의식에 빠지거나 패배의식에 젖어서는 안된다"면서 "국민적 참여속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경제개혁의 고삐를 거머쥔 이유는 간단하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이의 원인을 체감경기와 실물경기 간의 현격한 차이에서 찾고 있다.

그는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500선대에서 맴돌고 있다"면서 주가의 하락은 체감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환율과 금리 수출 등의 거시지표가 그리 나쁘지 않은 데도 국민들이 ''경제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식인구가 8백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는 것.

구조조정의 지연→금융시장의 불안→주가하락→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김 대통령은 이 연결고리의 첫 단추인 4대 부문개혁(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날 회의를 직접 주재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합동회의에서 개혁의 목표와 일정을 분명히 못박았다.

개혁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사안별 타깃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부실기업 경영진에 대한 책임강화와 부실기업 신속처리 등이 그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직접 주재함으로써 진념 재정경제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에 무게를 실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공적자금 조성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각 부처가 소신을 갖고 일사불란한 입장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이 ''경제 챙기기''에 팔걷고 나선 것은 지난달 27,28일 충청남.북도와 대전시청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은 개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연말까지 금융과 기업의 개혁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 말까지 노사와 공공부문의 개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남북문제와 대외관계보다는 국내 경제문제에 비중을 두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청와대 비서실도 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면에 나서 경제를 챙기고 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아침 직원 월례 조회에서 이기호 경제수석에게 경제상황을 설명하도록 했다.

청와대가 경제회복의 주체임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다.

김 대통령은 최근에는 매각협상이 무산된 한보철강과 대우자동차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챙기고 있다.

김 대통령은 두 회사의 매각협상이 무산된 것과 관련, "농락당하고도 항의할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매각협상에 간여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불가피한 사정이었다면 몰라도 업무소홀로 인해 발생한 개혁의 차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챙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