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에 새로 인가된 비과세 고수익펀드가 후순위채권의 뇌관을 건드렸다.

그동안 투신권에 잠재돼 있던 후순위채권의 문제가 신상품으로 인해 수면위로 부상한 셈이다.

신상품의 판매를 담당하는 투신증권사 관계자들의 얼굴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후순위채권의 시가평가문제.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후순위채권에 손실이 난 것은 분명한 만큼 신상품을 판매하는 투신증권사의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과세 고수익상품의 판매는 한동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후순위채 가격은 얼마인가=그동안 CBO(채권담보부증권)의 후순위채에 대해서는 장부가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은 신상품인 비과세 고수익펀드에 후순위채를 넘길 경우 시가로 평가토록 못박았다.

이에 따라 후순위채권의 실제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에 투신사들의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이다.

후순위채권의 가격이 얼마로 평가되느냐는 곧바로 투신증권사의 손실액으로 직결된다.

비과세 고수익펀드를 판매할 때마다 그만큼의 손실이 차곡차곡 누적되기 때문이다.

채권평가기관들은 대체로 30%의 손실률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평가대로라면 현재 투신권에는 2조원 이상의 부실이 잠재돼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입장=하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채권평가기관의 의견은 후순위채권을 지금 당장 시장에 내다팔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시장가격(trading price)''이므로 후순위채권의 평가에는 향후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감안한 ''공정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지만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보증기능이 회복될 것이므로 후순위채권의 위험도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금감원이 산정한 공정가격에 따르면 후순위채권의 손실률은 4%수준이다.

투신권의 총 손실액도 2천8백억원 수준으로 낮게 평가했다.

또 비과세 고수익펀드의 판매활성화를 위해 기존 CBO펀드 투자자가 이 상품에 가입할 경우 환매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투신증권사의 반응=신상품을 판매할 경우 투신 및 증권사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비과세 고수익펀드에 이전하는 후순위채권에 서울보증기금의 보증을 붙이는 방법 △풋백옵션의 추가 △미매각으로 후순위채를 떠안는 방안 등 세가지다.

투신사입장에서는 이 세가지 모두 회사경영에 상당한 부담요인이라는 반응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후순위채를 장부가로 평가한다는 원칙이 무너져 무척 당혹스럽다"며 "CBO펀드 만기도래로 후순위채권 처리문제가 코앞에 닥쳐 왔지만 그렇다고 신상품을 통해 미리 손실을 확정짓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고수익펀드란=비과세 고수익펀드는 현재 판매중인 비과세 펀드와 기본골격은 동일하다.

올해 말까지 판매되는 한시상품이며 가입금액도 최고 2천만원까지다.

물론 세금은 모두 면제된다.

단 편입되는 자산이 독특하다.

투신사의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권의 소화를 위해 탄생한 상품인 만큼 이들 채권을 신탁자산의 50%까지 편입해야 한다.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후순위채 문제는 CBO펀드에 투자한 고객의 손실과는 무관하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현재 운용중인 CBO펀드는 만기시까지 장부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 후순위채의 손실액도 투신증권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금감원은 또 신상품인 비과세 고수익펀드에 가입하더라도 후순위채로 인한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단지 금리변동의 리스크만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어느 상품보다 가입시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다.

특히 후순위채권을 되사들이겠다는 풋백옵션이 붙어 있는 펀드에 가입할 때는 해당 증권사의 경영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해당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자금여력이 없는 증권사일 경우에는 풋백옵션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