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사는 로랑스(35)는 한 대형 시중은행 애널리스트다.

그녀의 남편은 요즘 잘 나가는 정보처리 기술자.이들 부부의 한달 수입은 약 6만프랑(약 9백만원).이 정도의 월소득이면 프랑스에서도 잘 사는 중상류층이다.

그러나 이 부부에겐 그 흔한 자가용이 없다.

파리시내 주차문제도 보통이 아니지만 고유가와 환경문제를 생각해서다.

로랑스는 출퇴근 때 항상 지하철(메트로)을 이용한다.

남편 마크도 버스 등 대중교통편으로 회사에 나간다.

저녁에 부부가 함께 외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한다.

때때로 오페라가 끝나고 늦게 귀가할 경우엔 택시를 탄다.

가끔 주말에 딸을 데리고 교외나 시골에 가기위해 차가 필요할 땐 렌터카를 이용한다.

소르본 경제대학원장 드 봐시외 교수.프랑스 증권감독위원회 사외이사이기도 한 그는 총리실 통화정책 고문직도 맡고 있는 유명인사다.

하지만 주중에는 파리 시내에서 승용차로 움직이지 않는다.

꼭 지하철을 이용한다.

교통정체로 시간낭비를 하는 일도 없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파리의 호텔 종업원들은 고객이 어떤 차를 타고 왔느냐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고객의 차를 편하게 주차시키고 돌려 주는 것일뿐 큰 차를 타고 온 손님을 특별히 우대하는 법은 거의 없다.

종업원들로서는 어차피 차를 돌려줄 때 받는 봉사료가 차의 크기에 관계없이 똑같으니 ''벤츠 손님''을 우대하고 ''2인승 소형차 손님''을 박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고객들도 자가용 때문에 자존심을 상할 일이 없다.

파리시내를 다니다 보면 길거리에서 중대형 승용차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시내를 달리는 차량의 70∼80%는 한국의 프라이드나 아벨라정도의 소형차들이다.

주차하기도 쉽고 유지비도 적게 드는 데 굳이 비싼 중대형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남의 이목보다는 실속을 먼저 챙기는 로랑스와 드 봐시외 교수,이들은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는 파리시민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파리=김재창 국제부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