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매각 실패에 대한 문책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입힌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대우자동차는 협상자를 하나만 선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고, 한보철강은 본계약 체결 이후에도 불이행에 대비한 장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고 보면 협상 실무자는 물론 협상을 지휘했던 당국자들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게 분명해 보인다.

시중의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듯 엊그제는 대통령이 집접 관련자 문책 방침을 언급했고 어제는 진념 재경부 장관이 "이번주 중에라도 관계자 문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혀 문책 범위와 수준에 전 금융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관련자를 문책하는 것이 합당한 일처리인지,또 책임자를 문책한다고 해서 앞으로는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국제협상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점에서 문책 문제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제일은행 졸속 매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며 크고 작은 비슷한 사례들까지 들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부터가 한두건이 아닐 것이다.

사적 이익을 추구했거나 부정에 연루되었다면 응당 일벌백계로 다스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한 끝에 결과적 실패로 귀착된 사례를 두고 관련자를 문책하기에 이른다면 앞으로 적지않은 혼란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도 예상되는 일이다.

더구나 대우자동차나 한보철강 매각 실패를 단순히 협상 기술 상의 과오나 실수 만으로 저질러진 일이라고 보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협상자를 둘 이상 복수로 선정했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 않고 양해각서(MOU)수준에서 이행책임을 붙이기란 국제관례로도 드문 일이다.

만일의 사태까지 고려한 완벽한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무자들을 문책하기로 든다면 앞으로 누가 부실자산 매각등 소위 구정물에 손을 담그려 할 것이며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할 것인가.

이런 점들이 책임자 문책이 초래할 예상되는 부작용들이라 하겠다.

물론 중대한 실수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서민들이 셋집을 구할 때도 계약 이행 여부를 따지는데 항차 수조원대의 자산을 팔면서 대비책조차 없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과오를 비판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과 책임자를 가려 문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담당자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주는등 협상 전략 전체를 재검검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욱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