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오랜 산사(山寺)에는 전설이 산과일처럼 주렁주렁 열려있다.

터를 잡을 때의 연기(緣起)설화는 없는 절이 없고 법당이나 석조물 하나하나에도 전설이 있다.

그중에는 호랑이 거북 구렁이 까마귀 은행나무 등 동식물에 얽힌 얘기가 셀 수 없이 많다.

646년 통도사를 창건한 신라의 자장율사와 금개구리 얘기도 그가운데 하나다.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세우기 전 하루는 옹달샘에 갔다가 샘에서 개구리 한쌍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숲속으로 옮겨 놓았다.

다음날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샘에서 놀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주 멀리 갖다 버렸다.

다음날에도 개구리는 또 와서 놀고 있었다.

여느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모양의 무늬가 있었다.

"불연(佛緣)이 있는 개구리구나" 생각한 그는 개구리를 샘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겨울이 되자 얼어 죽을 것을 염려한 율사는 암벽 바위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개구리를 넣어 길렀다.

그 뒤 통도사 스님들은 이 개구리를 ''금와(金蛙)보살'',바위의 굴을 ''금와석굴''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통도사 자장암 뒤에는 금와석굴이 있고 그 속에서 산다는 금개구리는 절의 경사가 있을 때면 나타난다고 한다.

불심이 지극한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는 하지만. 창건 1354년을 맞아 개산대제(開山大祭)를 열고 있는 통도사 금와석굴에 금개구리가 며칠전부터 나타나 참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금개구리는 몸길이가 6㎝다.

등쪽은 녹색,배쪽은 황갈색이고 눈가에 금줄이 있다.

한국특산종이며 지금은 전국에 30여마리만 서식하고 있는 희귀종이어서 보호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통도사의 금개구리는 2~3㎝라니 크기가 작을 뿐 다른 특징은 비슷해 보인다.

전설을 미신이나 원시적 사고의 산물로 무시해 버린다면 그만이지만 자장율사와 금개구리 얘기에는 생태계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불교의 지혜가 담겨 있다.

금와보살로 믿어진 탓에 금개구리가 아직 멸종되지 않고 통도사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