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랑협회가 최근 국내 주요 화가들의 그림값이 10년 사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발표한 이후 해당 화가와 화랑들이 ''말도 안되는 엉터리 자료''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화가들은 "오히려 그림값이 오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자존심 상한다"며 화랑협회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화랑들도 가뜩이나 어려운 미술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이러한 자료를 왜 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화가들 반발=화랑협회는 최근 ''한국미술시장 진흥방안''세미나에서 ''미술품 가격 폭락현황''이란 자료를 통해 국내 주요작가 1백38명의 호당 그림값을 1991년 9월과 2000년 9월 등 두 시점을 비교해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가들은 "이러한 자료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하고 있다.

호당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된 동양화가 이왈종씨는 "원래 40만원을 받다가 2년 전부터 오히려 50만원으로 올려놓은 상태"라며 "앞으로 가격을 더 올릴 계획인데 떨어졌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현대한국화 분야에서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개척한 황창배씨는 4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하락했다는 자료에 대해 "내 작품은 호당 35만원선에 거래돼 왔다.

그 이상도 이하도 받아본적이 없다.

너무 자존심 상한다"며 억울해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그림값이 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질 수도 있다고 보는 화가들도 있다.

극사실풍의 정물 작품으로 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구자승씨는 "90년 이후 줄곧 호당 50만원을 받아온 작품이 25만원까지 떨어졌다니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한 뒤 "그러나 IMF로 경제난에 쪼들린 소장자들이 싼값에 팔아 그렇게 소문이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화를 동양화답게 그려 꽤 높은 가격을 유지해온 박창돈씨는 "10년 이상 1백만원 넘게 받아왔는데 60만원으로 곤두박칠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화랑들도 흥분=노승진 노화랑대표는 "IMF 이후 가뜩이나 안좋은 미술시장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겪"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만든 가격인지 모르겠다"고 흥분했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대표는 "경기침체 여파로 작품거래량은 줄어들지 몰라도 그림값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화랑협회 자료는 실제 거래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자료 왜 나왔나=화랑업계는 그동안 그림값 공개를 금기시해왔다.

그러나 미술품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시기(내년 1월)가 닥쳐오자 화랑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았을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술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기 때문에 미술계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시행시기를 유보시켜야 할 입장.

그러나 이번 그림값 공개는 혹을 떼려다 한개 더 붙인 격이 된 셈이다.

미술계에서는 화랑과 타협하지 않는 화가들을 ''물먹이기'' 위해 일부러 자료를 유출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