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및 현대투신증권에 10억달러(1조1천억원)를 투자키로한 미국의 AIG컨소시엄이 정부에 2조5천억원의 규모의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AIG컨소시엄의 자금지원 요청은 현대증권 등과 본계약을 앞에 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IG컨소시엄을 이끄는 WL로스그룹의 윌버 로스 회장은 지난달 21일 한국을 방문,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IG컨소시엄은 정부가 지난 98년 현대투신증권에 빌려준 연6%짜리 2조5천억원규모의 증권금융채권의 만기를 당초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연기해주고 금리도 연3%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져 내년부터 금리가 연3%로 낮아질 경우 현대투신증권은 콜금리(현재 연5.3%)와의 차이만큼 무이자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셈이 된다.

연간으론 5백75억원으로 8년동안 4천6백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에대해 정부는 재벌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사실상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AIG컨소시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자금지원이 없을 경우 투자를 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현대증권 고위 관계자는 "MOU(양해각서)체결에 이어 본계약 협상이 진행중이며 AIG컨소시엄이 현대 금융3사의 새주인으로서 정부에 몇가지 사안에 대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창식 현대투신증권 사장은 "협상이 물건너 간 것은 아니며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현대금융사 관계자들은 AIG측이 현대를 제외한채 정부와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정작 자본을 유치하는 현대금융사는 협상에서 완전 배제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AIG측의 투자결정에 무리가 있었는데다 현대가 협상에서 빠져 있어 외자유치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