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 주식은 투자가 아니고 투기야,투기","데이 트레이더(day traders)의 투기적 매매 때문에 변동성이 너무 커졌어"."장이 안되느까 기관이나 외국인도 요즘은 완전 투기적이야.샀다가 좀 먹으면 금방 확 엎어 버리고..."

최근에 한번씩은 다 들어봤음직한 말들이다.

투기매매의 극성으로 시장이 불건전해졌고,종잡을 수 없고,또한 못 오른다는 것이다.

불평이 절로 나오는 그 갑갑한 심정들,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이렇게 사람 애를 태우는 장에 짜증이 안 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분들을 뵐 때마다 걱정되는 게 있다.

그게 그냥 한번 내뱉는 푸념이 아니라 일종의 신념같은 것이면 어쩌나 하는 점이다.

만일 말하는 바 그대로 실제 믿고 있다면 큰 문제다.

긴급 치료를 요하는 중대한 개념상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점을 지적해 드리고 싶다.

앞서 불만의 변은 단기투자,또는 단타매매를 "투기적"이라 못박고 있다.

기업내용은 불문하고 시세 차익만 노리니까 투기,더 솔직히 도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 깔린 "투자"의 의미는 보다 고차원적이다.

수익성,성장성을 따져 우량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주식에 장기로 묻어두는 "품위있는 자산운용"인 것이다.

과연 옳은 생각일까...

투기와 투자를 주식보유기간과 목적에 따라 구분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그런 발상은 매우 위험하며 많은 경우 치명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뜻이다.

피서객으로 꽉찬 경포대 해변의 튜브장사는 분명 사업성이 있다.

날씨만 계속 더워주면 재미가 꽤 짭짤한 투자다.

하지만 거기 풀 베팅(full betting)해 놓고 사시사철 판을 깔고 있으면 그건 투기다.

여름 한 철 바짝 챙기고 찬바람 불면 설악산 단풍객을 찾아 나서는 게 투자다.

근사하게 차려놓고 폼잡는 게 투자가 아니고,여차하면 물러서는 게 진정 투자인 것이다.

그렇다고 늘 재빠르게 옮겨 다는 게 다 투자는 아니다.

새벽엔 요구르트 돌리고,낮에는 보험 팔고,밤에는 포장마차 하는 억척여성을 보자.

그만한 건강을 가진 사람이 하면 그건 투자다.

하지만 한달만에 쓰러질 골골한 여성이 하면 그건 건강을 담보로한 투기인 것이다.

내년도 유가예측을 하고 앉아 있는 건 투기다.

유가가 얼마얼마가 되면 어떻게 어떻게 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짜는 게 투자다.

반 토막난 우량주를 들고 있는 건 투기고,곱이 된 부실주를 갖고 있으면 그건 투자다.

요새 같으면 주식팔아 돈 들고 있으면 현금투자고,아직 주식들고 끙끙대면 주식투기다.

현존하는 재난을 피해 있고 다가올 재난을 대비하는 건 투자고,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건 다 투기다.

나는 발빠른 단타매매의 신봉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는 "장기투자"의 지지자는 더더욱 아니다.

치고 빠지고 하다 수수료로 다 안날리면 큰 거 한방에 깡통 차버리고...

도대체가 단타든 장타든 날렸다 하면 전부 아웃인 걸 누구편을 들란 말인가.

사놓고 푹 잊어버리든,매일 눈 빠지게 쳐다보든,위험관리 없이는 애당초 승산 없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하는 게 바로 투기다.

엎치락뒤치락 하루에 몇번을 들락거리든,몇년을 장롱밑에 묵히든,이 싸움의 잔혹함을 알고 늘 조심하면 그건 투자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바로 알자.

그래야 큰 낭패를 보고 남 탓을 하는 안타까운 처지를 안 당한다.

김지민 <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한경머니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