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채무에 대해 국가보증을 서면서 법적근거도 없이 1천4백여억원의 보증수수료를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장 운용할 데가 없는데도 차관을 성급히 끌어들여 이자로 2백여억원의 외화를 낭비했고 세금신고도 엉터리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감사원의 "재정경제부 감사결과" 보고서에 의해 밝혀졌다.

다음은 감사원 보고서의 주요내용.

◆ 엉터리 세금신고 =세금관련 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재경부조차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재경부는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세금신고를 하면서 37개 업체로부터 받은 매입처별 세금계산서를 누락시켜 2억1천4백만원을 적게 작성했다.

또 8개업체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는 이중으로 계상해 6백80만원을 많게 썼다.

◆ 법적 근거없이 금융기관에 부담 =법적 근거도 없이 금융기관들로부터 보증수수료조로 1천4백여억원을 징수했다.

재경부는 지난 98년 10월과 99년 4월 등 여러차례에 걸쳐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채무 2백70억달러에 대해 국가지급보증을 섰다.

이 때 재경부는 33개 금융기관들로부터 보증수수료 1천4백28억원을 징수해 세입처리했다.

세입은 법령에 따라서만 징수할 수 있다.

지급보증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 필요없는 외화낭비 =재경부는 지난 97년 12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5억달러의 공공차관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이 차관은 2002년 2월21일 이전에 인출해야 하며 인출일로부터 7년이 되면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재경부는 98년 12월31일 5억달러 전액을 인출, 부실징후기업의 비업무용 자산을 매입하도록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에 빌려줬다.

그러나 당시 성업공사는 부실징후기업의 비업무용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었고 준비도 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2002년 2월까지 인출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리하게 인출하는 바람에 8개월간 이자만 2백27억여원을 ADB에 지급했다.

◆ 예금보험기금 방만운영 =재경부가 관리.감독하는 예금보험기금은 작년 9월30일 현재 누적손실액이 16조5천6백67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기금의 재원인 수입보험료는 기금 차입금의 한해 이자 2조4천9백77억원의 16.6% 수준인 4천1백51억원에 불과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조차 충당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감사원은 기금의 수지악화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누적손실액 보전과 기금적립을 위한 특별대책을 요구했다.

◆ 금융실명제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 체납관리 불철저 =정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실명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고지서가 반송되면 배달증명우편으로 다시 고지하거나 공시송달을 해야 한다.

납부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독촉장 발부 후 재산압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경부는 그러나 과태료 등 1억1천4백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이모씨 등 28명에게 독촉장을 발부하지도, 재산압류를 하지도 않았다.

재경부 총무과 서기관 이모씨 등 2명이 주의조치를 받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