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ASEM회의는 세계경제의 축들 중 미국을 제외한 다른 두개 축의 정상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다.

서울 ASEM정상회의는 뉴라운드 출범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포괄적 아시아·유럽 협력체제''를 논의하는 이 협상이 타결되면 세계경제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이 밖에 환경 노동 경쟁정책을 비롯 투자 등과 같은 새로운 협상 의제들도 중요하다.

또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 대한 예비판정 때 80%라는 높은 산업피해 긍정판정비율을 보여 수출의 제약요인이 된 반덤핑관세에 대한 규범강화 문제가 협상될 수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뉴라운드 형식은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대규모가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

그러나 WTO 통상각료회담이 2년에 한번씩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대규모는 더 이상 아닐 수도 있다.

그 경우 2년마다 협상 진전의 모멘텀을 더해가는 일종의 연속되는 미니라운드라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다자간 통상협상은 WTO 통상각료회담 때 언론의 주목을 받다가,그 기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협상이 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선 차분히 통상협상의 역량강화를 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현 상황이 통상협상력의 강화방안을 모색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통상협상력의 강화를 위해선 몇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무역상대국들과의 통상분쟁은 ''힘이 아니라 WTO규범에 의해 해결되도록''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마늘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조치로 인해 발생했던 중국과의 통상마찰은,중국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진행됐다.

중국이 WTO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WTO규범을 지킬 의무가 없음에 기인했다.

이러한 일방적 조치에 의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등 WTO 미가입국이 조속히 회원국이 되도록 그들의 WTO 가입을 적극 도와야 한다.

또 마늘분쟁에서 드러났듯이 통상마찰 해결에 있어서 통상교섭본부와 여타 통상관련부처들 사이에 의견조정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통상교섭본부의 부처간 의견조정 역할을 강화하거나,혹은 통상마찰 때 부처간 의견조정을 맡는 독립적 기구가 고안돼야 한다.

통상협상에 있어 관련 공무원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무원에 대해선 대부분 순환보직이 행해진다.

그러나 뉴라운드협상은 장기간이 소요되고 또 오랜 경험과 지식이 요구된다.

다른 업무를 맡던 공무원이 통상협상을 맡게 되는 경우 원활한 협상진행이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농림부는 정예 공무원들을 선발,대외협상 분야에 장기간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을 살린다.

다른 부처도 대외협상에 전문성을 높여 나갈 것이 요청된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대외협상 관련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승진과 같은 측면에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인센티브제도를 강화하여 통상분야의 전문성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

또 보직순환이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통상과 직접 관련성이 높은 국가나 분야로 배치되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NGO들의 영향력은 사회 각분야에서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통상의 세부적 주제들을 다룰만한 전문성이 결여되기 쉽다.

따라서 통상 분야의 쟁점들이 정부와 대동소이하거나,논리적으로 미흡한 경우가 많다.

NGO들이 정부와 다른 시각에서 사안을 진단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보다 높이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ASEM회의는 무역과 투자의 여러 측면에서 협력 강화가 가능한 국가들끼리 상호 통상전략을 조율하는 자리다.

우리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하는 협상을 함으로써 뉴라운드에서 보다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초석이 마련돼야 한다.

...............................................................

◇필자 약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WTO무역정책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