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매출액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 12.9%(대한상공회의소), 도로 체증에 따른 교통혼잡비용 연간 12조원(교통개발연구원)"

기업들이 1천원짜리 제품을 팔았을 때 무려 1백29원이 생산과 직접 관련없는 운송비나 보관비로 날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 선진국의 매출액중 물류비 비중은 대개 5.8%로 한국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미국 일본도 7~8%로 우리 기업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돼야 할 돈이 길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과도한 물류비 부담은 제품 원가를 상승시켜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 수송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수송분담구조가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물류의 고비용 구조는 더 이상 한 나라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물류 경쟁력이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입지를 선택할 때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이 물류 경쟁력이다.

이와 관련, 국내 물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물류의 e비즈니스화뿐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의 암흑대륙"으로 불리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물류 분야가 e비즈니스시대를 맞아 기업들에 커다란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e비즈니스에 의한 물류혁신을 "e로지스틱스" 또는 "부가가치 물류"라고 부른다.

제조 유통 서비스 업무를 통합, 최종 소비지에 제조공정은 물론 검사 포장 유통 서비스 기능을 갖춘 기지를 둬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재고비용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e로지스틱스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각 기업의 물류 부문을 대신 처리해 주는 제3자 물류업체(3PL)가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물류를 회사의 핵심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을 위해 물류업무를 대행해주면서 그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6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미국의 로지스틱스 서비스 공급업체인 라이더 닷컴은 쌍방향 무선통신과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차량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간 4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또 미국의 NTE는 인터넷시스템을 이용해 빈차 운송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화주와 운송업체 모두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윈-윈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장중호 PwC 수석컨설턴트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는 물류 부문에서도 인터넷이 수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위치 추적및 조회 시스템과 같은 IT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선 물류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 수.배송 부문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 10%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77%로까지 증가했다.

또 물류 정보부문에서도 97년 2.3%에서 99년 23.5%로 외주 비율이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으로 택배업의 신장이 두드러진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1백50%나 급증한 1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주요 물류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전술로 e비즈니스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택배는 올해 5백억원을 투자, 물류 인프라 및 e비즈니스 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다.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통관사 보험사 운송사 선사 항공사 물류정보회사 증명발급기관까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시켜 화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게 그 목표다.

대한통운의 경우 "스파츠(SPATS)"라는 신택배정보시템을 통해 전국 물류망의 네트워크화를 진행중이다.

고객들에게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화물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단골 기업고객들에게는 화물의 배송현황은 물론 미배달현황 요금정산자료 등에 대한 다양한 배송정보를 제공한다.

(주)한진은 지난 4월 개인정보 단말기인 PDA를 전국 1천5백여명의 배송원(E/S)에게 지급, 인터넷상에서 접수 즉시 실시간 화물 추적관리를 가능케 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도입, 운행차량의 위치파악을 통해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CJGLS도 세계적인 e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머서매니지먼트로부터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자문을 받은데 이어 세계 1위의 창고관리 시스템 업체인 미국의 EXET테크놀로지로부터 관련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