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로스 < 국제변호사 Dongross617@cs.com >

오래전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일제식민지시대의 참상을 들었다.

유태계 미국인인 나는 6백만명의 유태인들이 독일 나치의 손에 학살당했던 홀로코스트를 떠올렸다.

어린시절 나는 독일인들을 미워했다.

부모님은 독일제품을 절대 사지 말라고 하셨다.

이런 반(反)독일 감정을 성숙한 자세로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대학생이 된 후였다.

전쟁세대의 범죄 때문에 전후세대 독일인들을 싸잡아 증오하는 게 어불성설이란 걸 깨닫게 됐다.

어떤 경우라도 인종적 민족적 선입견은 잘못된 감정이란 점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유태인들처럼 홀로코스트에 대한 두가지 원칙을 받아들였다.

바로 ''용서하라.그러나 잊지는 말라(Forgive.but don''t forget)''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Never Again)''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이란 모토는 반유태 감정이 되살아나면 맞서 싸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서한다는 성스러운 과정을 통해 유태인들과 독일인들은 역사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노력을 할 수 있었다.

이 원칙을 받아들인데는 두가지 배경이 있었다.

첫째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독일인들의 노력이었다.

독일 정부는 유태인들에게 저질렀던 범죄를 인정하고 보상했다.

헌법에는 어떤 인종적 종교적 선입견도 불허한다는 원칙을 반영했다.

독일인 동료,친구들과의 우정이 두번째 배경이었다.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은 민족간 비극의 재발을 막을 최선의 요소란 점을 깨달았다.

요즘 한·일 관계 증진방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아직도 일제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일본은 한국에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독일 정부가 그랬듯이 일본도 과거를 사죄하고 역사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한국인들의 반일감정 극복 노력도 필요하다.

여기서도 ''용서하라,그러나 잊지는 말라''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이 양국간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아 줄 주제어다.

한·일 양국이 관계 증진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는 많다.

양국의 힘 창조력 자원을 결합한다면 역사적 비극으로 얼룩진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